[공연]뮤지컬의 경제학

  • 입력 2009년 2월 26일 02시 57분


26만… ‘오페라의 유령’ 단기 최다 관객 동원

123만… 14년째 공연 ‘명성황후’ 누적관객수

100만… 대극장 스타급 연예인 회당 출연료

뮤지컬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가장 각광받는 예술 장르의 하나가 됐다. 티켓예매 사이트 인터파크INT에 따르면 2007년 57%의 성장세를 기록한 뮤지컬은 지난해 36%로 성장세는 다소 둔화됐지만 유료관객 수입은 1000억 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관객은 아직 뮤지컬과 돈의 역학관계에 익숙하지 못하다. 관객의 시각에서 ‘뮤지컬의 경제학’을 풀어봤다.

○ 영화의 1000만 관객에 해당하는 뮤지컬 관객은?

한국영화에서 한때 1000만 관객은 ‘꿈의 관객’으로 불렸다. 그러나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가 잇달아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꿈은 현실이 됐다.

뮤지컬 시장에서 꿈의 관객은 얼마일까. 뮤지컬은 영화와 달리 한 차례 공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 무대에 오른다. 그래서 그 대상을 단기공연 관객으로 하느냐 누적 관객으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단기공연의 경우 뮤지컬업계에선 30만 명을 꿈의 관객으로 보고 있다. 공연기간이 3개월이건 1년이건 25만 명 안팎이 최대 관객이었기 때문이다. 역대 최대 관객은 2001년 ‘오페라의 유령’의 7개월간 26만 명과 2006년 ‘맘마미아’의 3개월간 21만 명이 꼽힌다.

누적 관객은 아직 150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이 없다. 최대 누적 관객은 1995년 초연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공연을 하는 ‘명성황후’의 123만 명이다. 1994년 이후 해외투어 공연과 국내 라이선스 공연을 합쳐 90만 관객을 모은 ‘캣츠’와 2004년부터 라이선스 공연으로만 80만 관객을 끌어들인 ‘맘마미아’가 그 뒤를 쫓고 있다. 15년 장기공연을 한 ‘지하철 1호선’도 소극장 뮤지컬로서는 드물게 70만 관객을 돌파했다.

○ 뮤지컬 배우의 출연료는 어떻게 결정될까?

뮤지컬 배우의 출연료는 대관료를 포함한 제작비에 따라 달라진다.

대극장 공연은 영화배우나 가수 출신 등 소위 스타급 연기자의 출연료는 회당 100만 원 안팎에서 결정된다. 뮤지컬 배우로 스타성을 인정받는 경우는 회당 50만∼100만 원을 받는다. 소극장 공연은 연예계 스타가 40만∼60만 원, 뮤지컬 스타는 회당 40만 원 선의 출연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연급 뮤지컬 배우들의 회당 출연료는 10만∼15만 원 선이다.

대개 출연료는 전체 제작비의 20%를 차지하는 인건비 내에서 지급된다. 그러나 얼굴이 잘 알려진 연예인이 출연할 경우 제작비의 약 15%인 홍보비의 일부를 출연료로 쓴다. 스타가 나오면 그만큼 홍보효과가 발생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연예계 스타에 대한 대접이 지나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TV 드라마에 나올 경우 회당 출연료가 200만 원을 훌쩍 넘고 최소 2개월 이상의 연습기간이 포함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를 보상하는 것은 뮤지컬 무대에 섰을 때 배우로서 느끼는 만족감이다.

○ 뮤지컬 수익은 두 번째 공연부터

뮤지컬 제작비는 ‘사전제작비+홍보비+극장 대관료+인건비(출연료 포함)’ 등으로 구성된다. 라이선스 뮤지컬은 여기에 저작권료가 더해진다. 대극장에서 공연하면 제작비가 100억 원을 넘을 때도 있지만 소극장 뮤지컬은 보통 4억 원 안팎의 제작비로 승부를 건다. 소극장 뮤지컬의 경우 첫 공연은 보통 3개월(100회)이다. 객석이 200석이라면 공연기간 내내 꽉 찬다 해도 전체 관객은 2만 명을 넘지 못한다. 티켓 가격이 2만 원이면 4억 원의 수입을 올리는 셈이다. 첫 공연에선 흥행이 아무리 잘돼도 제작비를 건지는 수준밖에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수익은 대개 두 번째 공연부터 생겨난다. 첫 공연이 성공하고 나면 두 번째 공연에선 사전제작비가 빠지고 홍보비도 적게 들어 그만큼의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극장 공연의 사정도 비슷하다.

이 밖에 라이선스 작품의 공연이 잘되면 오리지널 팀의 내한공연은 자제한다는 것이 업계 불문율이다. 그러나 지난해 ‘캣츠’의 사례처럼 오리지널과 라이선스 공연을 나란히 붙여서 시너지 효과를 노리기도 한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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