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고문 - 직선제 개헌 등 고비때 목소리 보도

  • 입력 2009년 2월 17일 02시 56분


격변기 10여차례나 특별 회견

작년 2월 ‘마지막 병상인터뷰’

■ 김 추기경과 동아일보

“주여, 제게 주신 고통을 겸손히 받겠나이다. 사랑이신 하느님께 저를 온전히 맡기옵니다.”

지난해 2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 주교관 내 추기경 집무실. 연한 분홍색 줄무늬 환자복을 입은 김수환 추기경은 소파에 앉아 성서를 읽으며 깊은 묵상에 잠겨 있었다. 김 추기경은 병상에서도 잔잔한 미소로 동아일보 취재진을 반겼다. 30여 분간 진행됐던 당시 인터뷰에서 김 추기경은 “겸손과 사랑의 마음으로 주님의 부르심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김 추기경이 생애 마지막으로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였다.

박정희, 전두환 정권 시절 고비 때마다 시대를 밝히는 큰 목소리를 냈던 김 추기경의 기사는 늘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보도됐다. 김 추기경은 10차례 이상 연말연시나 정치 사회적 격변기에 동아일보와의 특별 인터뷰를 통해 사회의 큰어른으로서 가르침을 주었다.

“위정자도, 국민도, 여당도, 야당도, 부모도, 교사도, 그리고 종교인도 모두 한 젊은이의 참혹한 죽음 앞에 무릎을 꿇고 가슴을 치고 통곡하며 반성해야 합니다.”

1986년 4월 14일자에는 대통령 직선제를 촉구하는 김 추기경의 발언이 기사화됐다. 그해 10월 21일자에는 “전두환 대통령과 그 측근은 전 대통령 퇴임 후 어떤 형태로든 권력에 밀착하려는 욕심을 버리라”는 김 추기경의 ‘로마 발언’이 1면에 실렸다. 이 발언은 그해 정가에 최대의 파장을 몰고 왔다.

같은 해 12월 30일 동아일보 1면에는 본보 선정 ‘올해의 인물’로 김 추기경이 선정됐음을 알리는 ‘민주(民主)의 목자-김수환 추기경’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당시 김 추기경은 동아일보와의 송년회견에서 “어둠과 불의를 쫓는 투쟁은 예수가 무력과 폭력으로 싸우지 않았듯이 오직 사랑으로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이듬해 1월 27일자 동아일보 사회면 칼럼 ‘창(窓)’에는 명동성당에서 열린 ‘박종철 군 추도미사’에서 김 추기경이 전두환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이 실렸다.

김 추기경은 이후에도 동아일보와의 특별 회견을 통해 원로의 목소리를 내왔다. 2005년 10월 기획시리즈 ‘정체성 혼란 한국호 어디로 가나’ 특별회견에서는 노무현 정권 아래에서의 국가 정체성 공방과 이념갈등을 우려하는 심경을 토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김 추기경은 “나라가 갈가리 찢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대한민국이 없었다면 종교의 자유, 언론의 자유, 신체의 자유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이어 “나는 역대 대통령들에게 항상 신문을 잘 읽으라고 이야기했다. 싫어하는 신문도 읽어야 한다. 그래야 민의가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추기경은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가 있던 2002년 신년 인터뷰에서는 “사회 각 계층이 기본 룰을 지키는 페어플레이를 하자”고 강조했다. 김 추기경은 당시 “올해 나도 기호 1번으로 출마한다”며 “지역구는 천국(天國)”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 추기경은 1991년 10월 11일 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대한민국 건국의 기틀을 마련한 인촌 선생을 기리는 기념사를 한 바 있다.

김 추기경은 “인촌 선생은 한 시대를 이끌어 온 각계의 훌륭한 일꾼을 수없이 배출한 지도자의 산파요, 민족사의 산실과 같은 존재”라며 “스스로 몸을 낮춰 항상 겸양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뒷자리에서 남의 공로를 드높여 주는 것이 인촌 선생의 인품이자 경륜이었다”고 회고했다.

지난해 2월에는 화정 김병관(化汀 金炳琯) 전 동아일보 회장의 별세를 애도하는 추모 메시지를 동아일보사로 보내왔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동아일보 전영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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