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88년 세종과학기지 준공

  • 입력 2009년 2월 17일 02시 56분


서울로부터 1만240km 떨어진 남위 62도 13분, 서경 58도 47분.

1년 내내 얼음으로 덮인 그곳에 우리에게 낯익은 나무 장승 두 개가 서 있다.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이다.

그곳의 정확한 이름은 세종과학기지다.

남극의 사우스셰틀랜드 군도의 섬 가운데 킹조지 섬과 넬슨 섬으로 둘러싸인 맥스웰 만에 위치한 세종과학기지는 55억1000여만 원의 건설비를 투입해 착공 2개월 만인 1988년 2월 17일 문을 열었다.

연건축면적 2820.1m²로 연구동, 숙소, 발전동 등 모든 건물은 땅 위로 솟아 있다. 건물이 땅에 붙어 있으면 눈이 쌓였을 때 문을 열 수 없기 때문이다.

세종기지의 준공과 함께 제1차 남극연구단이 파견돼 1988년 2월부터 1년간 해저 지형 및 지층 탐사, 해양생물 채취, 육상 지질 및 암석표본 채취 활동을 벌였다.

1986년 11월 33번째로 남극조약 서명 국가가 된 우리나라는 세종과학기지 준공과 연구활동으로 1989년 10월 세계에서 23번째로 남극조약협의당사국(ATCP) 지위를 획득했다.

현재는 지난달 파견된 제22차 남극 월동연구대가 활동하고 있다. 연구대에는 연구원뿐만 아니라 기지 기술자, 요리사, 의사, 안전요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주요 연구 대상은 빙하와 운석이다.

최소 수만 년에 걸쳐 형성된 빙하 속에는 옛날 공기와 미생물이 쌓여 있다. 빙하를 분석하면 수백만 년 전의 미생물을 얻거나 살려낼 수 있다.

또 빙하는 과거의 기온 변화, 대기 가스, 먼지 등에 대해서도 알려 준다. 지구의 환경 변화를 연구하는 데 남극의 빙하가 중요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재 가장 두꺼운 빙하는 동남극 대륙에 있는데 두께는 4800m로 추정된다.

남극에는 지구상에 발견된 운석 중 80%가 넘는 2만5000여 개가 집중돼 있다. 운석은 행성 간 생명체 전파, 진화, 유전 과정을 알려주는 보물단지다.

우리나라는 이곳에서 연구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세종과학기지보다 위도가 높은 곳에 제2 남극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9월에는 우리나라 첫 쇄빙선인 ‘아라온호’가 진수될 예정이다. 현재 남극에 기지가 있는 20개국 중 한국과 폴란드만 쇄빙선이 없다.

여기서 퀴즈 하나. 남극 대륙에서 최고의 명절은 언제일까.

‘동지(冬至)’다. 동지가 지나면 낮이 조금씩 길어지고 기온도 차차 올라가기 때문이다.

새해에 연하장을 주고받듯이 동지가 되면 남극에 있는 각국 기지들은 다른 기지들과 축하 전보를 주고받는다.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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