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의 감성’ 생활 속으로

  • 입력 2009년 2월 3일 02시 58분


구스타프 클림트의 대표작 ‘유디트Ⅰ’을 디자인에 도입한 접시와 찻잔 등 생활도자기(왼쪽).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 중 하나인 클림트의 ‘아델레 블로흐 바워의 초상’을 겉포장에 등장시킨 두통약(오른쪽). 동아일보 자료 사진
구스타프 클림트의 대표작 ‘유디트Ⅰ’을 디자인에 도입한 접시와 찻잔 등 생활도자기(왼쪽).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 중 하나인 클림트의 ‘아델레 블로흐 바워의 초상’을 겉포장에 등장시킨 두통약(오른쪽). 동아일보 자료 사진
《#1. 구스타프 클림트 그림에 나온 의상을 본뜬 황금빛 드레스를 입었던 미국의 여가수와 클림트의 열정적 팬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스타는?

#2. 국내에 출시된 상품 중 클림트 작품과 관계없는 것은?

①우산 ②벽지 ③그릇 ④두통약 ⑤자동차

첫 번째 질문의 답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샤론 스톤, 두 번째 답은 5번.

클림트에 매료됐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1984년 ‘아델레 블로흐 바워의 초상’의 옷을 재현한 드레스를 만들어 입었고, 2005년 파리의 클림트전을 찾은 샤론 스톤은 “너무 좋아하지만 그림을 살 만한 큰돈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을 정도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클림트 열풍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세계 곳곳에서 그의 복제화를 볼 수 있고, 열쇠고리부터 가구까지 클림트 작품을 모티브로 사용한 생활용품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2일∼5월 15일 열리는 ‘클림트의 황금빛 비밀’전을 계기로 클림프의 문화 신드롬을 조망했다.》

도자기-두통약 등 기업들 문화마케팅에 활용… 소설-영화 소재로도 각광

○ 문화와 생활 속으로 들어오다

1996년에 나온 소설가 김영하 씨의 스테디셀러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에는 ‘유디트Ⅰ’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삶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과 자살안내인이라는 파격적 소재를 다뤘으며 한국에 클림트를 알리는 데 한몫했다. 같은 이름의 영화도 2005년 개봉했다.

세기말 화가 클림트의 감성은 20세기의 마지막을 살아가는 한국의 청춘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1990년대는 관능과 죽음이 공존하는 클림트의 그림을 담은 엽서와 화집, 소설과 평전 등이 잇따라 나왔고 새로운 세기가 열린 뒤에도 그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2000년대 들어서도 TV의 미술프로그램과 여러 드라마에서 ‘클림트’의 이름을 폭넓게 각인시켰다.

2006년에는 ‘아델레 블로흐 바워의 초상’이 당시 회화 거래사상 최고가에 팔리면서 클림트는 다시 유명세를 탔다. 2007년엔 ‘키스’를 예찬한 ‘신정아의 편지’라는 가짜 연서가 나돌면서 클림트가 화제에 올랐다. 요즘엔 ‘황금빛 키스로 세상을 중독시킨 화가 클림트를 찾아서’라는 문안 아래 그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여행체험상품도 나왔다.

‘클림트 바이러스’는 기업의 문화마케팅에서도 감지된다. 애경과 코리아나 등은 샴푸와 화장품 용기에 클림트 작품을 활용했고, 장인가구도 그를 모티브로 삼은 시리즈를 만들었다.

한국도자기는 ‘키스’ ‘유디트Ⅰ’의 이미지가 담긴 도자기 제품을 선보였고, 종근당에선 두통약 ‘펜잘’의 포장을 바꾸면서 ‘아델레 블로흐 바워의 초상’을 활용했다.

아트숍에서도 클림트의 인기는 상한가다. 서울 예술의 전당 아트숍에서는 1만 원부터 55만 원대까지 클림트 관련 상품을 팔고 있다. 아트숍의 윤슬기 씨는 “클림트 작품은 아트숍의 주력 상품”이라며 “‘키스’로 유명해졌으나 초상화와 풍경화로도 관심이 깊어지고, 다양한 연령대로 인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 왜 클림트에 열광하는가

당대에 퇴폐적이라고 비난받은 클림트. 오늘날에는 낭만적이고 신비한 사랑을 표현한 연인들의 화가로 사랑받고 있다. 2000년 10월 개설된 싸이월드의 ‘클림트 클럽’에는 23만여 명이 가입할 만큼 국내서도 인기다.

덕수궁미술관 최은주 관장은 “세기말을 지나면서 청년기를 형성한 사람들은 세기말의 시대정신이 담긴 클림트의 작품과 공감할 요소가 많아 마니아층을 형성한 것 같다”며 “치명적 매력을 지닌 팜 파탈이란 주제, 그림의 성(性)적 내레이션 등 자극적 요소도 개방적 풍조와 맞물리면서 관심을 높인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클림트의 황금빛 비밀’전의 어시스트 큐레이터 비베케 페테르손 씨는 “20세기에 상업미술과 순수미술의 경계를 허물어버린 앤디 워홀이 있다면 클림트는 그보다 훨씬 앞서 그 벽을 허물었던 작가”라고 말했다.

세기말의 절망과 흥분, 아르누보의 장식 스타일이 녹아든 클림트의 작품. 첫눈에 화려함으로 시선을 사로잡지만 그 안에는 죽음과 사랑의 오묘한 스펙트럼이 감춰져 있어 더욱 매혹적이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동아닷컴 박태근기자

▼전시 마무리 늦어 개관 2시간 지연… 기다리신 관람객께 사과드립니다▼

‘클림트의 황금빛 비밀’전은 2일 오전 11시 개막할 예정이었으나 공동 주최사인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국립미술관 측이 좀 더 섬세한 조명을 요청해와 두 시간 늦게 문을 열었습니다. 동아일보사는 오전 일찍 클림트전을 찾았다가 오랫동안 기다리신 분들께 사과드립니다.

▶ 고혹적 클림트의 여인들에 숨이 멎다… 전시 첫날부터 성황

▶ [내가 본 클림트]키스보다 달콤한 ‘에로티시즘 종합세트’

▶ “클림트를 좋아하세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