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읽으며 지식 아닌 지혜 찾을때”

  • 입력 2009년 2월 2일 02시 58분


해설서 ‘논어의 혼2’ 펴낸

김상대 - 성낙희 교수 부부

《김상대(71) 아주대 명예교수, 성낙희(64) 숙명여대 교수 부부는 한문과 인연이 깊다. 김 교수는 서울대 국어교육과에 다닐 때 한학자인 청악 한영선 선생을 독선생으로 모시고 배울 정도로 한문을 좋아했다. 성 교수는 한학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한문을 접했다. 성 교수는 “반발심에 한문을 멀리한 적도 있었는데 한문을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까지 하고 보니 이게 운명인가 싶었다”고 말했다.

이 부부는 1971년부터는 한 선생 아래서 함께 한문을 배웠다. 김 교수는 “한문 공부를 하는 동안 고전의 해설서를 많이 봤는데 공통적인 문제점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대부분 어구 해석에만 치중할 뿐 깊은 뜻을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제대로 된 해설서를 써보자고 다짐했다. 우선 ‘논어’를 목표로 삼았다. 문제는 어떻게 쓰는가였다. 김 교수는 “우리의 생각으로 해설서를 쓰는 것은 9단 바둑기사의 기보를 7급 수준의 아마추어가 해설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인도 명상가 오쇼 라즈니시의 강의록에서 지혜를 빌려오는 것이었다. 김 교수는 “또 다른 성인의 안목을 빌려 논어를 본다면 9단의 눈으로 9단의 기보를 풀이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경전으로 경전을 풀이하는 이경치경(以經治經)인 셈”이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라즈니시의 글을 보면서 ‘이 부분은 논어의 어떤 구절 해설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식으로 하나하나 단서를 찾았다”고 말했다. 그런 방식으로 작업한 지 10여 년 만인 지난해 1월 첫 결과물인 ‘논어의 혼1’이 나왔고, 최근 ‘논어의 혼2’(청울)가 출간됐다.

책에 쓸 논어의 문장을 선택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논어 전체를 해설하는 것을 지양하고 한 구절을 다양한 각도로 해석하면서 참뜻을 파악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런 작업의 결과물답게 이 책에는 논어의 구절 가운데 일부만 소개됐다. 그 대신 각 구절에 대한 해설은 상세하고 깊다. ‘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옛것을 버리고 새것을 알면 스승이 될 만하다)’란 구절에 대한 해설은 30쪽에 이른다.

‘옛것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버리는 것으로 새롭게 해석한 근거는 무엇인가’ ‘새것은 생소한 것이기 때문에 새것을 안다는 말의 개념이 잘 안 잡히는데 새것이란 무엇이며, 새것을 안다는 것은 또 무엇인가’ 등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책을 서술했다.

‘군자불기(君子不器·군자는 그릇과 같이 한 용도로만 쓸모 있는 사람으로 살지 않는다)’라는 구절에선 “오늘날에는 누구나 전문가가 되기를 원하는데 지혜로운 사람은 결코 한 분야의 지식에만 천착해 기고만장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는다”는 해설을 붙였다.

책을 쓰는 동안 두 사람은 수시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김 교수는 “재미있었지만 힘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의견이 엇갈려 다툴 때도 많았고, 마주 대하기 싫을 정도로 격론을 벌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공자와 라즈니시라는 두 성인의 생각을 헤아리는 작업인데 적당히 타협하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고전 읽기의 중요성을 입을 모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물질적 풍요로 몸이 너무 편해지니까 정신이 해이해지고, 끔찍한 사건 사고가 잇따르는 것”이라면서 “개인의 가치를 회복하면 사회 문제는 저절로 해결되는데 개인의 가치 회복을 위한 지혜가 고전에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언제부턴가 사람이 사라지고, 자리와 관계만 남은 사회가 돼버렸다”면서 “그래도 논어를 다룬 책이 매년 몇십 권씩 새로 나온다는 것은 사람다운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남아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두 교수는 “고전에서 지식이 아닌 지혜를 구하라”면서 “많은 양을 읽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한 구절이라도 천천히 반복해서 읽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