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순간의 선택’이 生死 갈랐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월 10일 03시 04분



◇언씽커블/아만다 리플리 지음·조윤정 옮김/357쪽·1만5000원/다른세상

2004년 동남아시아에서 지진해일(쓰나미)이 일었을 때, 멀리 해상에서 거대한 해일이 밀려오는 것을 쳐다보는 관광객과 주민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서둘러 피신하는 사람이 있었고 공포에 눌린 듯 발이 땅에 붙어 다가오는 위험을 지켜만 보는 사람도 있었다. 재난이 닥쳤을 때 단 몇 초간의 판단과 선택이 그들의 운명을 갈라놓았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기자인 저자는 상상할 수 없는 재난에서 살아난 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재난에 직면한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분석한다. 저자는 1917년 몽블랑호의 폭발부터 9·11테러와 미국 뉴올리언스를 덮친 허리케인 카트리나 등을 통해 재난에서 생존하기까지 3단계를 거친다고 말한다.

첫 단계는 거부.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행동이다.

2001년 9·11테러 생존자들이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에 계단으로 달려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굉음이 전해진 뒤 평균 6분이 지나서였다. 꿈은 아닌지, 도대체 무슨 일인지 생각하고 굼뜨게 몽롱한 상태로 있다가 계단 앞까지 가는 데 45분이나 허비한 사람도 있었다. 생존자의 40%는 사무실을 떠나기 전 지갑 등 소지품을 챙겼다고 한다. 2005년 뉴올리언스에 태풍 카트리나 경보가 내려졌을 때 주민의 20%가 대피하지 않았던 것도 이 단계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

다음은 숙고. 살길을 생각하는 단계다.

공포를 느끼는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재난의 충격을 완화해 주는 회복력이다. 회복력이 강하면 공포에 따른 혼란에서 금세 벗어나지만 약할 경우 그러지 못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삶을 결정짓는 사건에 스스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믿음, 역경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자세, 좋은 경험과 나쁜 경험 모두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신념이 회복력의 요소라고 말한다. 베트남전에서 취사병으로 근무하면서도 극심한 충격을 받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투병으로 참가하고서도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것은 이런 회복력의 차이라는 것.

두 단계를 넘어서면 마지막으로 생존 여부를 결정짓는 ‘결정적 순간’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정신적 공황이 나타나기도 하고 뻔히 위험이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 일시적인 마비 상태가 오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공황과 마비는 ‘판단 착오’의 문제라며 최대한 빨리 합리적인 행동에 나서는 사람이 생존한다고 말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사회적 차원의 재난 대비 교육이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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