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588>與其媚於奧인댄 寧媚於竈라 하니 何謂

  • 입력 2009년 1월 8일 02시 58분


‘논어’ 八佾(팔일)편을 보면 衛(위)나라의 大夫(대부) 王孫賈(왕손가)가 ‘성주신보다 조왕신’이라는 속담을 들어 공자에게 이렇게 질문을 했다. 賈는 ‘가’와 ‘고’의 두 음이되, 여기서는 ‘가’이다. 속담은 ‘與其A 寧B’의 짜임으로 A와 B를 비교한다면 B가 좋음을 나타낸다. 지난 회(587)와 같아, 寧(녕)은 ‘차라리’의 뜻이다.

媚(미)는 본래 눈썹 칠을 한 무녀인데, ‘아첨한다’의 뜻으로 쓰인다. 於(어)는 ‘∼에’로 장소나 대상을 나타낸다. 奧(오)는 집안 서남쪽 귀퉁이에 성주신을 모시던 곳이다. 조(조)는 구멍 穴(혈)과 맹꽁이 (맹,면,민)(맹)을 합친 글자이다. 부뚜막이 마치 맹꽁이가 버티고 선 모습 같으므로 이렇게 썼다고 한다. 何(하)는 ‘무엇’이라는 뜻의 의문사, 謂(위)는 ‘말하다, 가리키다’라는 뜻의 동사이다. 한문에서는 동사 뒤에 목적어(빈어)가 오지만 의문사가 목적어면 순서가 바뀐다.

왕손가는 衛(위)나라 靈公(영공)을 성주신에 빗대고 자기를 부뚜막 신에 빗대어 실세의 내 도움을 받지 않겠느냐고 은근히 말했다. 공자는 “그렇지 않다. 하늘에 대해 죄를 얻으면 더 기도할 곳이 없다”라고 대답했다. 僭濫(참람)의 죄를 꾸짖고, 天命(천명)을 존중하기에 누구에게도 아첨하지 않겠다는 信念(신념)을 밝힌 것이다.

八佾(팔일)은 여덟 명이 여덟 줄로 늘어서서 추는 춤으로 천자의 행사에 사용했다. 그런데 魯(노)나라 大夫 季氏(계씨)가 자기 뜰에서 팔일의 춤을 추게 했다. 그 소식을 듣고 공자는 “이렇게 예에 벗어난 일을 차마 행한다면 어떤 무례한 일이라도 차마 저지르지 않겠느냐!”라고 탄식했다. 僭濫(참람)을 우려하고 名分(명분)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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