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그려낸 박목월… 이청준… 손예진…

  • 입력 2009년 1월 5일 02시 57분


“원효로 골목길 그 집의 대문을 열고 싶다/신군 아이가?/그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로 앓는 몸을 덮고 싶다…때로 하느님도 선생님으로 부르는 내 어리광이 덧나/오늘은 선생님을 아부지 아부지 하고 부르고 싶다”(신달자, ‘박목월, 그 목소리 마시고 싶다’)

오세영, 신달자, 유안진, 장석남, 곽효환 등 28명의 시인이 문인, 연예인, 종교인 48명의 일생을 시로 노래한 시집 ‘사랑했을 뿐이다’ ‘노래했을 뿐이다’(문학나무·총 2권)를 펴냈다. 계간 ‘문학나무’에 지난 한 해 동안 연재됐던 특집 시들을 모았다.

시집에서 다루는 인물은 예수 그리스도, 사담 후세인, 한용운 시인부터 자살로 생을 마감한 가수 김광석, 현재 활동 중인 배우 손예진 등에 이르기까지 다채롭다.

시인들은 이청준, 권정생, 서정주, 박목월 등 유명을 달리한 문단의 큰 별들과 존경하는 선배 문인들의 일화를 시에 녹였다. 신달자 시인은 자신을 문단에 내보냈던 은사이기도 한 박목월 선생에 대해 썼다. 시작노트에서 그는 원효로 자택을 방문하면 선생이 아버지처럼 반갑게 맞아주던 때를 떠올리며 “좋은 술 한 병 들고 빠른 걸음으로 힘 있게 대문 앞에서 선생님! 하고 부르고 싶다. 그립다는 말 오늘 오지다”라고 말한다. 곽효환 시인은 걸쭉한 입담에 첨예함을 잃지 않는 글로 대학시절 ‘닮고 싶은 사람’이었던 소설가 최일남 선생이 점심 후엔 화투놀이를 즐기고 손녀와 ‘맥도널드’에 자주 가는 소탈한 면모를 지녔다는 것을 알고 웃음을 터뜨렸던 추억을 회상한다.

예수 그리스도, 사담 후세인처럼 역사적 인물의 삶을 시인의 관점에서 새롭게 했다. 이승하 시인은 “죽음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하고/아버지의 뜻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라면/이 잔을 거두어 달라고 했던/나약한 예수”를 기리며 예수의 인간적인 유약함에서 발견한 감동을 강조한다.

배우 최불암을 아버지의 대명사로 상징화한 이경림 시인은 그를 마을 어귀를 지키는 ‘수백 년 묵은 정자나무 한 그루’로 형상화해냈으며 박남희 시인은 영화배우 손예진의 매력을 ‘아름답던 그 이름들을 지나 모처럼/청초한 간이역을 만났다’고 말한다. 자살로 생을 마감했던 가수 김광석의 삶을 시로 위로하기도 한다.

해설을 맡은 이 시인은 “시도 소설과 마찬가지로 궁극적으로는 인물연구, 인간연구”라며 “인물의 변형과 인물에 대한 재창조, 재해석이 가능한 데 인물시의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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