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578>賤不害智, 貧不妨行.

  • 입력 2008년 12월 25일 02시 58분


賤(천)은 값이 싸다 또는 신분이 낮다는 뜻으로 貴(귀)와 상대적이다. 微賤(미천)이나 卑賤(비천)처럼 쓰이며, 동사로는 賤視(천시)하다의 뜻이 된다. 賤貨(천화)는 싸구려 물건의 뜻도 되고, 賤貨而貴德(천화이귀덕)에서처럼 재물을 천하게 여긴다는 뜻도 된다.

貧(빈)은 가난하다 또는 모자라다는 뜻으로 富(부)와 상대적이다. 貧困(빈곤)이나 貧弱(빈약)처럼 쓰인다. 賤(천)과 貧(빈) 모두 화폐로 쓰였던 조개 貝(패)가 의미요소이다. 또 둘 다 자신을 낮추어 말하는 겸사로도 쓰이는데, 貧(빈)은 주로 貧僧(빈승)처럼 승려들이 사용한다.

貧賤之交(빈천지교)는 가난하고 미천할 때 사귄 벗이다. 糟糠之妻(조강지처)를 쫓아내지 못하듯 잊어서는 안 될 벗이다. 孟子(맹자)는 貧賤不能移(빈천불능이), 즉 가난하고 천해도 절조가 변치 않음을 대장부의 세 가지 조건의 하나로 지적했다.

害(해)는 傷害(상해)처럼 해치다, 殺害(살해)처럼 죽이다, 損害(손해)처럼 축내다, 災害(재해)처럼 재앙의 뜻이 있다. 여기서처럼 妨害(방해)하다의 뜻도 있으며 뒤의 妨(방)과 뜻이 같다. 妨(방)은 방해하다, 해치다의 뜻이다. 無妨(무방)은 방해될 것이 없거나 지장이 없음을 뜻한다. 行(행)은 행위나 행실의 뜻 외에 여기서처럼 德行(덕행) 또는 좋은 品行(품행)을 뜻하기도 한다.

높은 지위와 부유함은 누구나 바란다. 하지만 그것이 사람의 지혜나 덕행의 우열을 결정하지는 못한다. 지혜로움은 安分自足(안분자족)에서 비롯되며 덕행은 수양과 실천에서 온다. 지혜는 귀천을 떨쳐버림으로써 더욱 견실해지고 덕행은 빈부를 뛰어넘음으로써 더욱 높아진다. 즐거움과 보람도 늘 지혜와 덕행의 편에 있다. 西漢(서한) 桓寬(환관)의 ‘鹽鐵論(염철론)’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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