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이웃을 위하여 20선]<1>행복하소서

  • 입력 2008년 12월 9일 03시 00분


◇행복하소서/최일도 지음/위즈덤하우스

《“이 땅에 밥 굶는 사람이 없도록 더 이상 배고픈 사람들이 눈물 흘리지 않도록 내가 가진 것을 조금씩 나누자는 것입니다. 작은 나눔이 큰 사랑의 기적을 만들어내듯이 작은 것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나누자는 것입니다…. 당신은 그 누군가를 위해 단 한 번이라도 정성을 다해 따뜻한 밥 한 그릇 지어드린 적 있나요?”》

배고픈 이웃, 밥 퍼준 적 있소?

노숙인과 무의탁 노인에게 무료 급식을 실천해 온 다일공동체의 ‘밥퍼’ 최일도 목사가 2007년 4월 8일∼2008년 4월 8일 다일공동체 회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책이다. 사소한 일상과 일화에서 배어 나오는 나눔에 대한 생각, 이웃에 대한 사랑이 진솔하다.

어느 날 누군가 최 목사에게 이런 말을 했다. “목사님, 어떤 분들은 너무 뻔뻔한 것 같아요.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요. 여기에 뭐 맡겨 놨대요? 툭하면 와서 소리 지르고, 뭐 내놓으라고 하고.”

그 누군가가 다일천사병원을 찾아와 이것저것 요구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거슬렸던 모양이라고 최 목사는 말한다. 최 목사는 “그건 뻔뻔함이 아니라 당당함”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천사병원은 그분들의 것이니까요. 이 세상 가장 밑바닥에서 사시는 분들이 유일하게 주인처럼 행동할 수 있는 곳이니까요.”

어떤 편지는 은행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 이야기로 시작하기도 한다.

“은행 냄새는 지독하지만 껍질을 벗기고 나면 은행처럼 고소한 열매도 없습니다. 냄새로 판단하고 가치를 결정할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고개를 돌리고 싶고 냄새 때문에 희망이 없을 것 같아도 그 안에 새로운 생명을 품고 있는 은행나무 열매처럼 냄새 속에서 보이지 않은 새 희망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의 이야기는 은행에서 노숙인으로 이어진다. 노숙인 몸에서는 냄새가 나지만 냄새만으로 사람을 판단한다면 그 안에 숨은 희망과 꿈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통해 나눔에 대한 그의 철학을 드러내기도 한다. 최 목사는 책을 몇 권 갖고 있는지를 자랑처럼 여기던 때도 있음을 고백하지만 언젠가부터 책을 나눠주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한다.

책은 “자랑거리도 아니요, 진열품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은 꼭 봐야 하고 제대로 읽어야 양식이 된다”며 “내 책상 위엔 꼭 필요한 단출한 몇 권 책이면 족하다”고 말한다. 책뿐 아니라 부(富)와 마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최 목사는 독자들에게 거듭 자신이 사랑받기에 충분한 사람임을 알지 못한 채 스스로 벽에 갇혀 소외된 이웃을 만나 보길 권한다.

그는 우리와 함께하고 있지만 소외된 채 진가를 알아차리지 못한 사람들을 “장롱 밑의 동전”이라고 표현한다. 장롱 밑 동전은 몇 주 몇 달 몇 년을 우리와 같은 공간에서 지냈지만 예고 없이 찾아질 때까지 보지 못한다. 최 목사는 “관심을 갖지 않았기에 우리가 동전을 보지 못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며 “장롱 속 동전을 찾아 귀한 존재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당신이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최 목사의 편지는 각기 자신의 목표를 향해 바삐 달려가는 현대인들에게 성찰의 기회를 준다. 그는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내가 무엇을 이루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사랑하느냐에 있다”며 “우리 삶의 나날이 더 기쁜 사랑으로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그런 날이 되면 좋겠다”고 말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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