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내 몸의 일부… 상상력의 보고”

  • 입력 2008년 10월 10일 02시 58분


100여 명의 배우들이 출연하는 대규모 연극 ‘페르귄트’. 기이한 분장의 엑스트라들은 삶의 기쁨과 슬픔, 분노, 고통 등을 상징한다. 사진 제공 국립극장
100여 명의 배우들이 출연하는 대규모 연극 ‘페르귄트’. 기이한 분장의 엑스트라들은 삶의 기쁨과 슬픔, 분노, 고통 등을 상징한다. 사진 제공 국립극장
입센의 ‘페르귄트’ 주역-연출-예술감독 1인 3역

노르웨이 훈그니스 e메일 인터뷰

30일까지 열리는 제2회 국립극장 페스티벌에는 특별한 작품이 초청됐다.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헨리크 입센의 ‘페르귄트’. 희곡 ‘인형의 집’으로 유명한 입센은 윌리엄 셰익스피어, 안톤 체호프와 함께 정극의 클라이맥스로 불리는 노르웨이의 극작가다.

스베인 스툴라 훈그니스(62·사진) 씨는 ‘페르귄트’의 주역이자 연출가, 예술감독(노르웨이 오슬로 뉴시어터) 등 1인 3역을 맡는다. 이 작품은 100여 명의 엑스트라가 출연한다. 훈그니스 씨를 e메일로 만났다.

―‘페르귄트’의 주역을 18년 해왔는데, 자신이 페르귄트와 어디가 닮았나.

“아마 우리 모두가 그렇지 않을까? 몰락한 지주의 아들인 페르귄트는 마왕과 계약을 맺고 돈과 권력을 찾아 세계여행을 떠난다. 고생 끝에 고향 땅을 다시 밟기까지 마왕에게 혼을 팔아넘기지 않았다. 페르귄트는 백발이 된 애인 솔베이의 품에 안겨 죽는다. 이 이야기는 꿈과 열망에 가득 찼을 때, 실패했을 때 등 살아가면서 겪는 모든 굴곡에 대한 이야기다. 삶을 살아가는 관객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솔베이와 한국 관객에게도 유명한 ‘인형의 집’의 노라는 전혀 다른 캐릭터인데….

“솔베이는 완전무결을 묘사하기 위한 캐릭터다. 페미니즘 문학을 대표하는 노라와 달리 솔베이는 반(反)여성해방주의적 인물로 해석된다. 이는 솔베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그는 페르귄트를 붙들어 주는 유일한 사람이고 페르귄트가 삶에서 지향해야 할 바를 일러준다. 그는 페르귄트의 구세주다.”

―페르귄트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극중 대사가 가장 잘 표현한다. ‘자신이 되는 것은 자신을 죽이는 것이다. 인생에서 당신의 임무는 다른 사람을 위한 어떤 존재가 되는 것이지, 당신 스스로를 위한 것이 아니다.’”

―노르웨이인으로서 입센과 작곡가 그리그(희곡 ‘페르귄트’를 주제로 삼은 모음곡으로 유명하다)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를 듯하다.

“그렇다. 이 공연은 노르웨이의 뿌리를 보여주는 것이다. 서울에서 ‘페르귄트’를 선보이게 돼 기쁘다.”

―배우, 연출, 예술감독으로 1인 3역을 맡고 있다. 어떻게 이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나.

“일요일, 그리고 차 안에서. 여기저기 낚아챌 수 있는 자투리 시간이 있다. ‘대단한 도전이다. 일을 너무 열심히 하는 것 같다’는 말을 종종 듣지만, 행복하다. 연기와 연출, 극단을 이끄는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결국 연극을 내 몸의 일부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게 연극은 감정의 매개체이자 영감을 주는 상상력과 아이디어이며, 특히 ‘페르귄트’는 삶을 살아가는 것 그 자체이다.”

―해외 투어 때 엑스트라를 현지에서 채용하는데, 한국 공연의 캐스팅은 어떠했나.

“현지 아마추어 배우들을 쓰는 것은 공연의 스펙터클을 자아내기 위해서다. 공연에는 한국의 학생 배우들(서울예대 연극학과) 30명이 무대에 오른다. 경비도 절감되지만, 이것이 양국에 이익을 줄 수 있다. 그것은 서로가 가까워지고 알게 되는 긍정적인 도전이다.”

공연은 24일(오후 7시 반)과 25일(오후 3시, 7시 반), 26일(오후 3시)에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다. 2만∼10만 원. 02-2280-4292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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