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훈표 발라드 깼습니다”

  • 입력 2008년 10월 7일 03시 00분


가수 신승훈이 미니 앨범 3장을 잇달아 발표하는 프로젝트 ‘언익스펙티드 트위스트’로 2년 만에 돌아온다. 그가 6일 서울 강남의 한 재즈바에서 열린 쇼케이스 현장에서 신곡을 부르고 있다. 양회성 스포츠동아 기자
가수 신승훈이 미니 앨범 3장을 잇달아 발표하는 프로젝트 ‘언익스펙티드 트위스트’로 2년 만에 돌아온다. 그가 6일 서울 강남의 한 재즈바에서 열린 쇼케이스 현장에서 신곡을 부르고 있다. 양회성 스포츠동아 기자
3주 전 한 녹음실. 마무리 믹싱 작업에 한창인 신승훈을 만났다. 앨범 수록곡 중 몇 곡을 들려주더니 그는 연방 물었다. “이 노래, 신승훈 노래 같아요? 같지 않죠? 그렇죠?”

“다른 사람 노래 같다”는 답에 되레 다행스러운 표정을 짓는 이 남자. “왜 신승훈 같지 않은 곡을 만들려고 하느냐”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어떤 노래든 제 목소리가 들어가면 똑같은 신승훈표 노래가 된대요. 그 말 듣는 게 싫으니까….”

그렇게 해서 2년 만에 낸 앨범은 ‘언익스펙티드 트위스트’다. ‘기대하지 않았던 꼬임’이라는 의미처럼 그는 “제 머릿속에 다른 신승훈이 들어와 만든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6곡이 담긴 미니 앨범 3장이 순차적으로 발표되는 프로젝트 형식도 독특하다. 타이틀곡 ‘라디오를 켜봐요’ ‘헤이’ 등 가벼운 모던 록이 주를 이루는 첫 번째 미니 앨범엔 그간 10장의 앨범에 담긴 비련의 발라드도, 웅장한 규모의 대곡도 담겨 있지 않다. 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1집에서 7집까지 밀리언셀러였고 10집까지 1500만 장을 팔면서도 정규 앨범 외의 싱글 한 장 내지 않았는데, 이번 계기로 정규 앨범을 포기한 건가요.

“아니에요. 저를 둘러싸고 있던 껍질을 깨부수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 틀 자체를 벗어 던져야 했고요. 요즘이 어떤 땝니까. 앨범 자체가 아닌 좋은 노래만 골라 듣는 시대잖아요. 예전 같았어 봐, 음반이 잘되니 음반 한 장에 목숨 걸었겠지. 이제 ‘대세’를 거스를 수 없는 거죠. 전들 이렇게 곡들을 찢어서 갖고 싶겠느냐고.”

―‘전설 속의 누군가처럼’ ‘애심가’ 등 다양한 장르가 크로스 오버된 대곡이 없네요. 소박해진 것 같아요.

“꽉 조였던 나사 하나를 풀었다고 할까요. 비운 게 아니에요. 채운 것도 아니지만. 웬만한 시도들을 다 해봤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하나로 줄일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 같아요.”

―‘발라드의 황제’라는 수식과 달리 이번 앨범은 애절한 발라드도 사라졌어요.

“대중은 발라드만 기억하지만 제 팬들은 그래요. 탱고 재즈 댄스 맘보까지 너무 많은 장르를 해본 잡식성이라고요. 일본 기자도 그럽디다. 콘서트 세 시간 동안 재즈부터 펑키까지 18가지 장르를 하는데 왜 신승훈은 ‘발라드의 황제’인지 모르겠다고. 저는 늘 ‘신승훈이 이런 음악도 하네’라는 말을 듣고 싶을 뿐이에요.”

―비련의 신승훈표 발라드는 더 들을 수 없는 건가요.

“제 발라드의 정서는 애이불비(哀而不悲)였어요. 슬프지만 울지 않는다는, 어떻게 보면 진부하지만 그만큼 위대한 얘기죠. 그런데 절절했던 사랑과 이별 이야기가 언제부터 통속으로 치부되더군요. 아가페적인, 플라토닉 러브는 그만할래요. 이제는 삶을 노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창법에 변화도 두드러지는데….

“애절한 제 목소리의 원천은 비성(鼻聲), 코로 울리는 소리였죠. 이번에는 비성이 아닌 두성(頭聲)과 흉성(胸聲)을 사용했어요. 듣기에 따라 힘이 빠져 보이기도 할 테고,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얼핏 이 노래를 듣고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부른 걸로 착각할 수 있을 거예요.”

―싱어송라이터로서 이번 앨범엔 직접 노랫말을 붙인 게 한 곡(‘I do’)밖에 없네요.

“4년 전부터 술을 끊듯이 작사를 줄였어요. 아무리 악상을 떠올리며 가사를 지으려 해도 예전 같지 않아요. 이번 앨범에 노랫말을 써 준 원태연 시인이 얼마 전 힘이 되는 얘기를 해줬어요. 나도 글쟁이지만 형이 발로 가사를 써도 다른 사람 손으로 쓴 것보다 나을 거라고. 왜냐면 형의 멜로디니까. 형은 ‘어제는 사랑을, 오늘은 이별을’이라는 가사를 썼던 사람이야. 힘내라고요. 11집 되면 써 볼까. 아직 모르겠어요.”

―이제 어떤 무대를 보여줄 건가요.

“어느 순간 제가 건반을 치며 곡을 쓰고 있는 거예요. 그때 깨달았죠. 아, 잊고 있었구나. 난 원래 중학교 때부터 통기타를 치던 사람인데. 그 기타로 대학생 때 미장원, 호프집을 돌아다니며 공연했고 그 기타로 데뷔곡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썼어요. 이번 앨범의 노래들은 그래요. 기타 하나 달랑 들고도 앨범과 똑같이 부를 수 있는 음악이에요.”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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