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영상 진흥사업 이원화 문화부-방통위 322억 중복집행”

  • 입력 2008년 10월 7일 03시 00분


“2012년까지 콘텐츠 산업의 매출 규모를 62조 원에서 100조 원까지, 고용규모를 52만 명에서 100만 명까지, 수출규모를 16억 달러에서 78억 달러까지 끌어올리겠다.”(2008년 9월 문화체육관광부의 콘텐츠산업 신성장동력 보고대회)

정부가 2012년까지 세계 5대 콘텐츠산업 강국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방송영상 콘텐츠 산업진흥 분야의 구체적인 추진계획이 미비한 것으로 지적됐다.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변재일(민주당) 의원은 “문화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산업의 매출이 연평균 10.1%, 수출이 연평균 37.4%, 고용이 연평균 14%의 고도성장을 해야 한다”며 “그러나 콘텐츠 산업의 성장률이 2003∼2006년 평균 9.4%에서 2007년 7.5%에 둔화된 점을 감안할 때 너무 낙관적인 수치”라고 지적했다.

정병국(한나라당) 의원은 “국내 콘텐츠 산업은 그간의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세계시장에서의 비중이 낮고(2006년 기준 미국이 약 41%, 한국은 2.4%), 내수시장 위주의 유치산업 단계에 머물고 있다”며 “게임을 기반으로 한 환경친화적 산업, 교육, 문화 복합도시인 ‘게임산업 진흥도시 프로젝트(E-G City)’ 등 정부가 더 직접적인 지원을 통해 게임 콘텐츠 사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방송영상산업 진흥을 놓고 문화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중복 투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천정배(민주당) 의원은 “두 부처가 방송영상산업 진흥사업을 중복 수행하면서 올 한 해에만 322억 원의 예산이 중복 집행되는 등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천 의원에 따르면 문화부는 산하기관인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을 통해 방송영상 콘텐츠 제작 지원에 10억 원, 국제공동제작 지원에 30억 원, 해외수출 육성 지원에 28억 원, 전문인력 양성에 30억 원 등 99억 원을 집행했고, 코리아 드라마 페스티벌 지원에 20억 원 등 총 119억 원을 사용했다.

방통위도 산하기관인 한국전파진흥원을 통해 방송 콘텐츠 제작 지원에 130억 원, 방송교류에 37억 원, 연수 교육에 16억 원, 방송교류행사 지원에 20억 원 등 203억 원을 집행했다.

문화부는 현재 문화 콘텐츠 개발의 일환으로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KBI),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한국게임산업진흥원의 통합을 추진 중이다. 방통위도 산하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정보보호진흥원, 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을 ‘방송통신진흥원’(가칭)으로 새롭게 출범해 방송영상, 통신을 아우르는 콘텐츠 진흥정책을 펴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방송영상 분야의 주요 재원인 방송발전기금의 관리를 놓고 두 부처 간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문화부 측은 “올해 5월부터 문화부와 방통위가 업무 중복 문제를 없애고 업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디지털 융합시대에 방송영상과 문화 콘텐츠를 구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어서 난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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