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서라벌 ‘소통의 역사’ 한눈에

  • 입력 2008년 9월 24일 03시 00분


① 사산왕조 페르시아 시대의 ‘꽃무늬 은병’(6∼7세기). 금속판 표면을 두드려 입체감을 표현하는 타출기법은 신라 금속 공예 기술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② 살쾡이가 닭을 물어뜯는 모습을 형상화한 파르티아 뿔잔(기원전 2세기∼기원전 1세기). 신라에도 ‘금동뿔잔’(5세기)이 있다. ③ 이란 지역에서 출토된 ‘금목걸이’(기원전 1000년). ④ 경주 안압지에서 출토된 ‘새 무늬 수막새’(7∼8세기). ⑤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왕조 시대의 ‘오리모양금팔찌’(기원전 6세기). 새 모티브는 신라와 페르시아 두 문명에서 모두 발견된다. 사진 제공 국립경주박물관·경주=윤완준 기자
① 사산왕조 페르시아 시대의 ‘꽃무늬 은병’(6∼7세기). 금속판 표면을 두드려 입체감을 표현하는 타출기법은 신라 금속 공예 기술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② 살쾡이가 닭을 물어뜯는 모습을 형상화한 파르티아 뿔잔(기원전 2세기∼기원전 1세기). 신라에도 ‘금동뿔잔’(5세기)이 있다. ③ 이란 지역에서 출토된 ‘금목걸이’(기원전 1000년). ④ 경주 안압지에서 출토된 ‘새 무늬 수막새’(7∼8세기). ⑤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왕조 시대의 ‘오리모양금팔찌’(기원전 6세기). 새 모티브는 신라와 페르시아 두 문명에서 모두 발견된다. 사진 제공 국립경주박물관·경주=윤완준 기자
■ ‘신라, 서아시아…’ 경주 특별전 11월까지

넉 달 동안 27만5000여 명의 관람객이 찾으며 성황리에 막을 내린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가 일으킨 ‘페르시아 제대로 알기’ 붐이 가을에도 이어진다.

10월 6일∼내년 1월 11일 국립대구박물관에서 계속되는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뿐 아니라 ‘신라, 서아시아를 만나다’를 주제로 한 특별전이 23일∼11월 30일 국립경주박물관, 12월 16일∼내년 2월 15일 국립제주박물관에서 잇달아 열린다.

경주박물관 전시는 신라, 서아시아의 문명 교류 양상을 보여주는 신라 유물 110여 점과 서아시아 유물 49점을 모았다. 서아시아 유물은 일본 최대 사립박물관인 미호뮤지엄과 오카야마시립오리엔트미술관, 고대 오리엔트박물관 소장품이다.

페르시아 유물 204점과 신라 유물 18점을 함께 전시한 ‘황금의 페르시아’ 서울 전시와 달리 대구박물관의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는 페르시아 유물만 전시한다. 대신 경주박물관이 신라와 페르시아의 문명 교류 유물을 본격 조명함에 따라 올가을에는 경주와 대구를 잇는 ‘페르시아 전시 투어’가 볼 만할 것으로 기대된다.

○ 두 문명 유물 나란히 배치, 비교 가능하게

경주 전시는 신라와 서아시아의 황금, 유리 공예품과 뿔잔 등을 나란히 배치해 서로 닮은 두 문명의 금세공 기술, 조각 형태와 무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페르시아의 대표적 유물인 뿔잔. 전시작 중 살쾡이가 닭을 물어뜯는 모습을 형상화한 파르티아 뿔잔(기원전 2세기∼기원전 1세기)이 인상적이다. 이런 동물 투쟁상은 최초의 세계제국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왕조의 수도였던 페르세폴리스의 아파다나 궁(왕들의 대접견장) 벽면에 새긴 ‘황소를 공격하는 사자’처럼 페르시아를 대표하는 미술. 산양 모양 뿔잔, 말 모양 뿔잔 등도 함께 선보인다.

신라에도 뿔잔이 있었다. 국내 유일의 금속제 뿔잔인 교동 7호 무덤 출토 금동뿔잔(5세기), 포항 냉수리 출토 뿔잔(6세기) 등이 두 문명의 친연성을 보여준다.

국보 193호 경주 황남대총 남분 출토 봉수형 유리병(5세기)과 서아시아의 유리병(4세기)은 주둥이와 몸체에 연결된 손잡이, 주둥이에서 가늘게 내려오다 불룩해지는 몸체와 몸체 아래의 굽 모양이 쌍둥이를 연상시킨다.

경주 천마총 출토 유리잔(6세기·보물 620호)과 이란 출토 유리잔(4∼6세기)은 윗부분의 세로줄 무늬, 아래의 거북등무늬가 같은 장인의 솜씨라 해도 믿을 정도로 닮았다.

○ 넝쿨 무늬-새 모티브 등 놀랍도록 닮아

공예품에 새긴 무늬에서도 신라와 페르시아의 긴밀한 관계가 확인된다. 경주 인동총 출토 청동합(신라 5∼6세기), 경주 금관총 출토 청동자루솥(5세기), 신라 막새(처마 끝에 놓는 기와·7, 8세기)처럼 신라에서 보편화된 넝쿨무늬는 페르시아의 금동접시(5∼6세기), 건축물을 장식할 때 사용한 부조(2∼4세기)에 나타난 포도 넝쿨무늬와 흡사하다.

신라 막새의 새 모티브는 아케메네스 왕조 오리모양장식 금팔찌(기원전 6세기)에서도 발견되는데, 이는 페르시아 신화에 등장하는 새 ‘시모르그’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이 밖에 미세한 금 알갱이를 금 표면에 붙이는 누금(鏤金) 기법, 금속판 안이나 바깥에서 망치 등으로 표면을 찍어 누르거나 두드려 입체감을 표현하는 타출 기법 등 공예품 제조 기술에서 신라와 페르시아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유물을 대거 선보인다. 054-740-7561

경주=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문화부 윤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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