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心 사로잡았던 소지섭 4년만에 조폭보스로 컴백

  • 입력 2008년 9월 2일 02시 57분


조직폭력배와 액션배우가 카메라 앞에서 연기 아닌 진짜 싸움을 벌이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영화다’. 사진 제공 래핑보아
조직폭력배와 액션배우가 카메라 앞에서 연기 아닌 진짜 싸움을 벌이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영화다’. 사진 제공 래핑보아
소지섭이 돌아왔다. 2004년 KBS2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숱한 여심(女心)을 뒤흔들더니 홀연 서울 마포구청 공익근무요원이 돼 사라졌던 남자.

그는 11일 개봉하는 ‘영화는 영화다’에서 검은 양복을 빼입은 폭력조직 중간보스 역할로 복귀한다.

이 영화는 2003년부터 김기덕 감독 스태프로 일한 장훈(33) 감독의 데뷔작이다. 김 감독이 만든 원안에 장 감독이 디테일을 채워 각본을 완성했다.

영화는 액션영화 촬영현장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보여 주는 액자식 구성을 선택했다. ‘영화 속 영화’와 조직폭력배를 등장시키는 설정은 유하 감독의 ‘비열한 거리’(2006)를 닮았다.

영화촬영 중 상대 배우를 폭행해 곤경에 처한 액션배우 수타(강지환)가 조직폭력배 강패(소지섭)에게 영화 출연을 제안한다. 한때 배우지망생이었던 강패는 액션 장면에서 연기를 하지 않고 진짜 치고받는 싸움을 한다는 조건을 걸고 수락한다.

‘진짜로 싸우는 두 사람을 촬영하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답게 액션이 세다. 두 배우는 실제 부상도 당했다. 장 감독은 “진짜 싸워 달라고 요청하지는 않았지만 실수로 세게 때린 몇 장면은 최종본에 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강렬한 액션과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가 짜임새 있게 이어진 영화. 그런데 시사회장을 나서는 뒷맛은 씁쓸했다.

‘영화는 영화다’의 홍보물에는 “인간은 싸워 봐야 진짜 자신을 알 수 있다”고 쓰여 있다. 진흙범벅이 되도록 뒹굴며 치고받는 개펄 싸움은 주먹다짐에서 삶의 가치를 찾는 사람들을 그린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영화 ‘파이트 클럽’(1999)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다’는 몸과 몸의 원초적 충돌보다 조직폭력의 세계에 초점을 맞췄다. 폭력배에게 주눅 들지 않고 맞서던 수타가 무릎 꿇고 얻어맞다가 눈물 흘리는 장면, 촬영을 마친 강패가 숙적을 찾아가 잔인하게 살해하는 장면은 “힘으로 이긴 놈이 주인공”이라는 영화 속 대사를 섬뜩하게 상기시킨다.

장 감독은 “폭력을 미화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강패의 악행은 처연하게 무심한 눈빛을 번득이는 소지섭의 스타일에 가려 희미해진다.

영화가 끝난 뒤 스크린 가장자리에는 객석과 무대를 그려 넣은 테두리가 삽입돼 있다. 폭력에 대한 가치 판단 없이 액션만을 보여준 데 대한 비판을,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강조하는 액자로 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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