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95>不識廬山眞面目, 只緣身在此山中

  • 입력 2008년 8월 29일 03시 01분


識(식)은 識別(식별)처럼 알다 또는 분별하다의 뜻이다. 識字憂患(식자우환)은 글자깨나 아는 것이 도리어 근심거리가 된다는 말이다. 필화사건으로 고통을 받았던 蘇軾(소식)이 “인생에 글자를 알면 우환이 시작되니, 이름이나 대충 적으면 그만이다”라고 한 데서 왔다. 標識(표지)처럼 기록하거나 표시하다의 뜻이면 ‘지’로 읽는다. 책의 서문 끝에 ‘著者(저자) 識(지)’라고 한 경우도 같다.

廬山(여산)은 고유명사이다. 眞面目(진면목)은 참모습이다. 廬山眞面目(여산진면목)은 여산의 참모습으로, 깊고 그윽하여 알기 어려운 모습을 의미한다. 廬(려)는 草廬(초려)처럼 오두막을 가리킨다. 只(지)는 단지 또는 다만의 뜻이다.

緣(연)은 본래 옷 가장자리의 테를 가리킨다. 緣由(연유)하다, 因緣(인연)의 뜻이 있다. 여기서는 까닭을 나타낸다. 붙잡고 기어오르다의 뜻도 있다. 緣木求魚(연목구어)는 나무에 기어올라 물고기를 찾는다는 말로, 목적과 상반되는 헛수고를 비유한다. 此(차)는 가까운 사물을 가리킨다.

廬山(여산)은 뛰어난 경관으로 유명한데, 그렇게 된 데에는 시인 묵객의 공도 크다. 李白(이백)이 이곳에서 읊은 ‘廬山瀑布(여산폭포)’는 그 호방함으로 특히 인기가 있다.

飛流直下三千尺(비류직하삼천척), 疑是銀河落九天(의시은하낙구천). “날아가는 물줄기 곧바로 삼천 척을 내려오니, 은하수가 저 높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하다.”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높이 오르면 펼쳐진 산세를 조망할 수 있을 뿐이다. 깊은 골짜기에 들어가면 계곡 안을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명산 속에서도 진면목을 알 수 없다. 세상살이의 진면목은 어떠할까? 宋(송) 蘇軾(소식)의 ‘題西林壁(제서림벽)’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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