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92>晩食以當肉, 安步以當車

  • 입력 2008년 8월 26일 03시 04분


晩(만)은 해가 질 무렵 즉 저녁이다. 晩照(만조)는 저녁 햇빛으로 석양이고 晩鐘(만종)은 저녁 종이다. 大器晩成(대기만성)처럼 늦다, 晩年(만년)처럼 늙다의 뜻도 있다. 晩食(만식)은 때가 늦어 배고플 때 하는 식사를 가리킨다. 以(이)는 앞부분이 수단이나 방법이 됨을 표시한다. 而(이)와 같이 순접의 접속사로도 쓰인다.

當(당)은 田(전)이 의미요소로서 밭이 서로 마주한 모습을 나타냈다. 마주하다의 뜻과 같다는 뜻이 있다. 當時(당시)나 當面(당면)처럼 시간이나 장소에 처하다, 適當(적당)처럼 알맞다, 一騎當千(일기당천)처럼 감당하다 또는 대적하다의 뜻이 있다. 여기서는 같게 여기다, 즉 ‘∼로 간주하다’ 또는 ‘∼로 삼다’에 해당한다.

安(안)은 집을 뜻하는 면(면) 아래에 여인이 있는 것이다. 편안함, 안전함, 안정됨, 安逸(안일)함을 뜻한다. 步(보)는 두 발이 전후로 엇갈리며 걷는 모습을 나타냈다. 安步(안보)는 편안하고 안정된 걸음이다. 當肉(당육)은 좋은 음식으로 여기다, 當車(당거)는 수레를 탄 듯 편안하게 여기다의 뜻이다.

배가 고플 때 먹으면 변변찮은 음식도 불편한 자리에서의 성찬보다 낫다. 편안한 걸음은 급하고 분주한 승차보다 낫다. 전국시대 齊(제) 宣王(선왕)의 초빙을 받은 隱者(은자) 顔촉(안촉)이 대답한 내용이다. 그는 이어서, “죄 짓지 않음을 고귀함으로 삼고, 맑고 조용하며 바름으로 스스로 즐기겠다”라며 거절했다.

옥은 고귀하지만 원석을 깨야 한다. 높은 직위는 존귀하지만 심신을 손상시켜야 한다. 그래서 자신의 손상을 막으려 隱逸(은일)을 택한다. 하지만 세간에는 도피이며 무능력인 은일도 있고, 겉으로만 표방하는 사이비 은일도 있다. 劉向(유향)의 ‘戰國策(전국책)’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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