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한우가 크고 영리” 150만마리 빼돌려

  • 입력 2008년 8월 15일 02시 56분


일제강점기 일본이 한우의 색상을 적갈색으로 통일하라고 강제해 털이 검은 흑우, ‘얼룩백이 황소’인 칡소 등 재래 한우종이 거의 사라졌다. 현재 1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흑우.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일제강점기 일본이 한우의 색상을 적갈색으로 통일하라고 강제해 털이 검은 흑우, ‘얼룩백이 황소’인 칡소 등 재래 한우종이 거의 사라졌다. 현재 1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흑우.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적갈색이 표준” 흑우 - 칡소 씨말리기도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수탈한 한우가 약 150만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다양한 색상의 털을 가진 한우가 있었지만 일제가 색상 통일을 강제하는 바람에 상당수 재래 한우종이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기록을 조사한 결과 1910년부터 1945년까지 한우 150만 마리가 일제에 의해 일본과 중국, 러시아로 반출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일제가 한우 수탈에 나선 것은 한우의 우수성 때문인 것으로 축산과학원은 분석했다.

일제강점기 농업기관인 권업모범장의 축산연구사업 보고서에는 “한우는 일본 재래종보다 골격이 크면서 온순하고 영리해 일소로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거친 사료도 잘 먹고 환경 적응능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평가돼 있다.

또 1900년대 초반 한우는 지금과 같은 적황색 털을 지닌 소가 전체의 87%, 털이 검은 흑우가 8%, 정지용의 시(詩) ‘향수’에 나오는 ‘얼룩백이 황소’인 칡소가 3% 정도였다.

그러나 일제가 1938년 한우 심사표준에서 ‘한우의 모색을 적갈색으로 한다’는 규정을 내세워 털색을 통일시키면서 흑우와 칡소는 거의 사라졌다. 현재 흑우는 100마리, 칡소는 200마리 정도 남아 있다.

축산과학원 조창연 연구사는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간 한우 중에는 일본산 와규(和牛)로 정착된 품종도 있다”며 “유전적 가치가 높은 재래 한우인 흑우와 칡소 품종을 복원시켜 미래 유전자원 전쟁에 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