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두 가지 점에서 관심을 끈다.
하나는 인터넷상의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사례로 책 첫머리에 제시된 한국의 ‘개똥녀 사건’이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법학과 교수이자 프라이버시 관련법 전문가인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개똥녀 사건’이라고까지 말한다.
두 번째는 이 책의 주제가 인터넷의 부작용을 심각하게 겪고 있는 한국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이 미국에서 출간된 것은 2007년이지만 2008년 한국 누리꾼들이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 많다.
저자는 시종일관 인터넷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이 오히려 개인을 더 옥죄는 현실을 비판한다. 특히 누리꾼이 도덕적, 사회적 규범을 지키지 않은 사람들을 응징해 정의를 행사하는 ‘규범경찰’을 자처하고 나섰을 때 나타나는 심각한 역효과를 다양한 사례로 보여준다.
저자는 “‘사이버 규범경찰’들은 주류 미디어와 달리 사건을 보도하기 전 숙고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응징하려는 대상의 사진과 개인정보를 즉흥적으로 공개한다. 이런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응징 대상에 대한 분노, 정의감 따위다. 결과는 치명적이다. ‘개똥녀 사건’에서 젊은 여성에게 가해진 온갖 폭력과 프라이버시 노출이 그 사례다. 저자는 “(인터넷상의) 도덕적 분노가 군중 주도의 경찰국가를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국가 권력으로부터 절대 자유를 원한 개인 스스로 다른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권력이 돼가고 있다는 것. 이들은 새로운 권력을 갖췄지만 이를 견제할 자체 규칙이 없다는 게 문제다.
특히 도덕적 분노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았을 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미국의 로라라는 여대생은 네이트라는 대학생에게 리포트 작성을 부탁했다. 네이트는 로라를 골려줄 생각에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문단을 복사해다가 붙인 리포트를 만든 뒤 자신의 블로그에 “로라는 표절했습니다”라는 글을 올린다. 단지 골려주기 위한 장난에 불과한 이 해프닝은 인터넷상에서 일파만파 퍼져 로라는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상대방이 자기방어를 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혼자서 결정하고 파헤치는 아마추어들이 이 (도덕적 응징) 과정을 주도해 수많은 사람이 희생자를 모욕하려 가담한다. 이것은 마치 인민재판을 방불케 한다.”
저자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누리꾼의 도덕적 분노와 그에 따른 행위가 곧 진실이나 정의와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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