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79>家有敝帚,享之千金

  • 입력 2008년 8월 7일 03시 05분


敝(폐)는 옷이 해진 것을 나타낸 회의자이다. 왼쪽부분은 巾(건)에 네 점을 더해 옷에 꿰맨 자국이 드러났음을 나타낸 것이고, 오른쪽의 복(복)은 두드리다의 뜻이다. 닳아 떨어지다 또는 부서지다의 뜻, 지치거나 쇠하다의 뜻이 있다.

弊(폐) 역시 부서지다의 뜻과 病弊(병폐)처럼 해로움의 뜻이 있는데, 본래는 폐(폐)의 변형으로 개에게 공격당해 넘어지다의 뜻이다. 또 가리다의 뜻인 蔽(폐), 화폐의 뜻인 幣(폐)에서처럼 표음 역할도 한다.

帚(추)는 청소용 비의 모양을 본뜬 상형자이다. 비 또는 쓸다의 뜻이다. 파생자인 掃(소)가 淸掃(청소)나 掃除(소제)처럼 많이 쓰인다. 기혼녀를 뜻하는 婦(부)에 추(추)가 쓰인 점이 흥미롭다. 箒(추)는 帚(추)의 속자이다. 敝帚(폐추)는 닳은 비이며 쓸모없는 물건을 비유한다.

享(향)은 제물을 바치다의 본뜻에서 제사지내다의 뜻과 제물을 받다의 뜻으로 확대됐다. 바치다의 뜻과 享有(향유)처럼 누리다의 뜻도 있다. 여기서는 ‘∼으로 간주하다’의 의미이다. 千金(천금)은 아주 귀중함이나 부유함을 의미한다.

하찮은 자기 것을 귀하게 여기는 것을 폐추千金(폐추천금) 또는 享추(향추)라고 한다. 자신이 그리한다고 하면 아끼는 것을 내보이며 하는 겸손한 말이 된다. 그러나 남에 대해 그렇게 말한다면, 객관성을 잃고 제 것만을 맹목적으로 선호해 높이 평가하는 것에 대한 풍자가 된다.

曹操(조조)의 아들 曹丕(조비)는 문학이론에도 조예가 깊었다. 그는 문학의 양식이 다양하여 한 사람이 두루 잘할 수는 없다며, 각자가 자기가 잘하는 분야만 중시하고 약한 분야는 경시한다며 이 말을 인용해 비판했다. 문학뿐이랴, 어디인들 그런 경향이 없겠는가. 漢(한) 劉珍(유진)의 ‘東觀漢紀(동관한기)’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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