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링크]인문-사회-자연과학의 거침없는 가로지르기

  • 입력 2008년 8월 2일 02시 56분


◇철학으로 과학하라 외 3권 최종덕 외 엮음/1권 260쪽, 2권 276쪽, 3권 244쪽, 4권 232쪽/1, 2권 각 1만3000원, 3, 4권 각 1만2000원/웅진지식하우스

‘지식과 생각들의 핵융합 하이브리드 지식’ 시리즈다. 시리즈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인문학과 과학을 넘나드는 통합 학문을 뜻하는 통섭(統攝)을 지향한다.

1권 ‘철학으로 과학하라’, 2권 ‘생명, 인간의 경계를 묻다’, 3권 ‘예술, 인문학과 통하다’, 4권 ‘문화, 세상을 콜라주하다’는 철학, 생명공학, 예술, 문화, 경제학을 넘나들며 하나의 사회 현상을 다양한 학문의 렌즈로 바라볼 때 관찰의 결과가 풍성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최종덕 상지대 철학과 교수, 강신익 인제대 인문의학연구소 소장, 조광제 철학아카데미 상임위원, 김시천 호서대 연구교수가 엮었고 다양한 학문 분과 학자 60여 명이 썼다. 권마다 16가지 주제를 다뤘다.

강신익 소장은 ‘불로장생 신화일까 과학일까’(‘철학으로 과학하라’)에서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을 고찰하면서 종교, 과학, 신화의 통섭을 시도한다. 서양에서는 성경 속 노아의 할아버지 므두셀라가 969세로 최장수했다. 중국 ‘한서(漢書)’에 나오는 신화적 인물인 삼천갑자동방삭은 18만 년 살았다. 강 소장은 동아시아인은 늙지 않고 오래 사는 현세적 관점이 강한 반면 서양인은 죽음 이후의 영생을 동경했다고 말한다. 현대의학은 불로장생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현대의학은 유전자(DNA) 사슬의 끝에 있는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과 노화 현상이 관련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런데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을 방지하는 효소는 생식세포와 암세포에만 있다는 사실도 함께 밝혀냈다. 불로장생의 실마리를 과학이 찾아냈지만 그 실마리는 오히려 인간을 죽이는 암세포에 있다는 생명공학의 역설이다. 강 소장은 따라서 불로장생의 욕망은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자연을 거스르는 일일 뿐이라고 말한다.

한국에서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통합에 대한 본격 논의는 2005년 나온 에드워드 윌슨 하버드대 생물학과 교수의 ‘통섭-지식의 대통합’(사이언스북스)이 촉발시켰다. 윌슨 교수는 21세기 사회학, 인류학, 경제학은 생물학이나 인문학에 편입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인문학과 과학도 융합될 것이라고 말한다.

‘통섭’을 번역한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가 엮은 ‘지식의 통섭’(이음)은 철학, 사학, 환경공학, 물리학 학문의 통섭을 지향했던 역사를 국내 연구자들이 고찰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프랜시스 베이컨 등 서양 철학자뿐 아니라 박지원, 홍대용 같은 조선 학자들에게서 학문 경계를 넘나든 단서를 발견한다.

홍성욱 서울대 교수, 이상욱 한양대 교수 등 과학철학자 4명이 함께 쓴 ‘과학으로 생각한다’(동아시아)는 과학과 사회는 따로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전문화 세분화 경향에서 과학이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가 과학을 지원하고 계획해야 한다는 주장에 과학을 사회가 통제해서는 안 된다고 맞섰던 1930년대 세계 과학계의 논쟁 등 과학철학사의 역사적 논란을 소개한다.

‘프루스트는 신경과학자였다’(지호)는 문학과 예술이 발견한 진실을 후대의 신경과학이 확인한 사례들에 관한 이야기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이미 후각과 미각이 기억과 연관된다는 의학적 사실을 직관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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