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어루만지는 책 30선]<28>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 입력 2008년 6월 9일 03시 01분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달라이 라마, 하워드 커틀러 지음·김영사

《“타인들도 나와 똑같이 고통 받고 있고 똑같이 행복을 원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진정한 인간관계의 시작이다.”》

마음으로 고통을 다스리는 법

당신은 행복한가. 이 책은 그 질문에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달라이 라마가 쓴 것이다. 나라를 잃고 망명생활을 하는 그는 조국에서 일어나는 여러 참혹한 일로 힘겨운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누구나 겪는 우울 분노 질투 불안 등을 다스리는 법을 몸으로 마음으로 깨우친 사람이기도 하다.

현대인들은 항상 예상치 못한 재해와 사고에 시달려야 했던 옛사람에 비해 어려운 현실을 이겨내는 능력이 부족하다. 왜냐하면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데 익숙하지 못해 힘겨움을 잘 참지 못하고 고통의 원인을 남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행복은 경제적 물질적인 것과는 별 상관이 없다. 경제력은 떨어지지만 방글라데시 국민의 행복한 모습을 보라. 오히려 나라가 발전할수록 행복 만족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개인을 봐도 로또복권에 당첨된 뒤 불행해진 사람이 많다. 이러한 역설 속에서 저자는 자신의 내면을 바라봄으로써 다른 사람과 이어지는 느낌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을 행복의 출발점으로 제시한다.

사실 달라이 라마의 수행론은 특히 서구사회에서 반응이 폭발적이었고, 현대 정신과학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는다. 달라이 라마는 세계 인지행동치료학회에 초청돼 강의를 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인지행동치료의 창시자인 정신과 의사 애런 벡 박사와 함께 수행론과 인지행동치료의 놀라운 공통점에 대해 토론했다.

여기서 주목해 볼 사람이 이 책의 공동 저자인 정신과 의사 하워드 커틀러다. 그는 현대정신과학자로서 ‘마음의 전문가’이다. 그는 달라이 라마에게 끝없이 의문을 갖고 질문을 던진다. 자신의 이론을 바탕으로 달라이 라마의 생각을 지속적으로 풀어낸다. 이 과정은 언제부터인가 서구적 사고에 익숙해진 한국인에게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병원에서 우울증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달라이 라마와 비슷한 케이스를 많이 접할 수 있다. 놀랍게도 환자 가운데 꽤 많은 수가 자신의 병에 감사한다. 예를 들어, 남편의 외도로 심한 우울증을 겪은 한 주부는 치료를 시작한 지 석 달 뒤 새로운 인생을 찾았다고 즐거워했다. 오랫동안 아이와 남편만 바라보며 살다가 외부 사람도 만나고 봉사도 하며 삶이 행복해진 것이다. 자신이 즐거워지니까 남편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우울증 치료를 마칠 때마다 환자들에게 치료를 통해 얻은 게 있느냐고 물어본다. 그때마다 대부분은 그렇다고 답한다.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은 이, 타인에 대한 이해를 배웠다는 이, 새로운 인생의 목표를 찾았다는 이가 적지 않다. 저자의 조언처럼 피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발견함으로써 삶을 좀 더 행복하게 만든 것이다.

현대인들은 너무나 열심히 살아왔지만 남모를 공허함과 소외감을 토로하는 이가 많다. 그런 이들이라면 어떻게든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 그때 이 책을 읽어 보자. 무언가 가슴이 꽉 차는 느낌을 얻을 수 있다.

백종우 경희대 의대 부속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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