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스파게티+명란젓…‘만들어진 나라 일본’

  • 입력 2008년 6월 7일 02시 57분


◇만들어진 나라 일본/마쓰오카 세이고 지음·이언숙 옮김/440쪽·1만6000원·프로네시스

《일본은 어떤 나라인가.

이 책은 일본이 지금의 모습을 갖춰 온 과정을 일본 특유의 방법론인 ‘편집’에서 찾는다는 점이 독특하다.

도쿄대 객원교수인 저자는 일본이 밖에서 들어온 문화와 본래 안에 있던 문화의 관계를 대립, 모순으로 보지 않고 이를 병립, 공존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여러 문화를 혼합하는 특유의 방법론이 ‘편집’이라는 것.

이 책은 일본식 ‘편집’ 방법에 따라 생겨난 종교, 문화, 철학, 건축, 예술의 모습을 고찰한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일본은 한결같으면서도 다양한 나라다. 전통과 외래 행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치러지는 모습에 주목한다. 포크로 미트소스 스파게티를 먹다가 일본풍 명란젓 스파게티에 잘게 썬 김을 잔뜩 뿌려 젓가락으로 먹는 모습도 다의적 일본을 잘 보여준다.

일본인들은 이를 모순투성이로 생각지 않는다. 저자는 다른 일본 학자의 말을 빌려 이를 ‘절대 모순적 자기 동일’이라고 표현한다. 공존하는 모순과 갈등을 변증법적으로 지양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유지한 채 ‘자기 동일성’을 만들어낸다는 것.

이를 일본 글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일본 글자인 가나(假名)의 출현이 편집문화적 발명이라고 말한다. 가타카나(片假名)는 한자를 필사하는 과정에서 한문을 일본식으로 읽는 보조기호를 만들어내 탄생했다. 일본인들은 한자 부수 가운데 일부를 떼어내 본래 글자 대신 사용했다. 이런 일본식 편집 과정이 가타카나를 탄생시켰다.

불교가 전래된 뒤에도 일본 고유 종교인 신도는 배척당하지 않았다. 불당은 아마테라스(신도 최고의 신)와 아미타여래를 함께 모시는 이질적 조합을 거부하지 않았다. 이 같은 불교와 신도의 공존을 신불습합(神佛習合)이라 부른다.

신불습합이 낳은 일본 특유의 건축양식에 대한 설명이 흥미롭다. 일본 전통 건축의 현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데리무쿠리(てりむくり). 양쪽 끝은 활처럼 아래로 휘어지지만 중앙은 위로 둥글고 봉긋하게 솟아 오른 곡선이다. 데리는 활처럼 휘어진 모양을 뜻하고 무쿠리는 봉긋 솟아오른 모양을 뜻한다. 애초 사원의 금당은 불상만 안치하다가 신도와 불교의 공존으로 예배 공간이 필요하게 됐다. 새 건물을 짓기보다 기존 금당 건물의 차양을 늘려 그 아래 공간을 활용하려다 보니 지붕을 건물 앞으로 연장하게 됐다. 양쪽 끝은 지붕 모양을 따랐고(데리) 중앙은 정면의 위엄을 살리기 위해 지붕 곡선과 달리 위로 봉긋 솟게 만든(무쿠리) 결과 모순적 두 곡선이 공존하는 일본 특유의 건축양식을 낳았다는 것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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