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30>推舟於陸, 勞而無功

  • 입력 2008년 5월 30일 03시 02분


推(퇴)는 밀다의 뜻으로, 손을 쓰는 구체적인 동작일 때는 주로 ‘퇴’로 읽고 그 외에는 ‘추’로 읽는다. 推薦(추천)이나 推仰(추앙) 또는 推理(추리)처럼 천거하거나 받들다 또는 미루어 헤아리다의 뜻이면 ‘추’로 읽는다. 推移(추이)처럼 변하거나 바뀌다의 뜻도 있다.

舟(주)는 배의 모양을 본뜬 상형자이다. 推舟(퇴주)는 배를 밀다의 뜻이다. 於(어)는 장소를 표시한다. 陸(륙)은 육지 또는 육로를 뜻한다. 언덕을 뜻하는 阜(부)의 변형인 부(부)와 커다란 흙덩이를 뜻하는 륙(륙)을 합한 회의자이다.

勞(로)는 불길 속의 집 아래에서 힘쓰는 것을 나타낸 회의자이다. 윗부분은 화염이고, 중간의 멱(멱)은 집 또는 덮다의 뜻이고, 그 아래의 力(력)은 힘쓰는 것을 가리킨다. 수고하거나 애쓰다 또는 수고스럽게 만들거나 힘들게 하다의 뜻, 勞苦(노고)나 괴로움의 뜻, 疲勞(피로)하거나 지치다의 뜻이 있다. 勞心焦思(노심초사)는 애를 쓰며 속을 태운다는 뜻이다. 勞而不怨(노이불원)은 어떠한 고생을 해도 원망하지 않는 효자의 태도를 가리킨다. 勞而無功(노이무공)은 애만 쓰고 공이 없는 헛수고임을 뜻한다.

功(공)은 일이나 사업의 뜻, 그에 따른 공로 또는 성과나 보람의 뜻이 있다. 功成身退(공성신퇴)는 공을 이룬 뒤에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예로부터 공직자의 이상적인 태도로 여겨졌다. 功罪相補(공죄상보)는 공적과 죄과가 상쇄될 만큼 비슷함을 가리킨다.

물에 띄워야 마땅한 배를 육지에서 민다면 힘만 들 뿐이다. 바른 이치를 따르지 않아서이다. 인간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신뢰를 얻지 못하고 남을 설득하려는 것도 그와 같다. 믿음이 바탕이 되면 事半功倍(사반공배)도 가능하다. ‘莊子(장자)’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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