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한번씩 주고받았으니 급격한 쏠림 없기를…”

  • 입력 2008년 3월 5일 02시 58분


이문열 씨, 지난 정권 10년 술회… “정치 사회와 무관한 문학은 없을 것 같다”

“(좌우가) 한 번씩 주고받고 했으니까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소설가 이문열(60·사진) 씨가 계간 ‘문학의 문학’ 봄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방문학자로 체류 중인 이 씨는 지난해 12월 귀국했다가 최근 다시 출국했다.

이 씨는 이 인터뷰에서 대선 결과에 대해 “권위적인 군사정부가 차를 갑자기 오른쪽으로 트는 바람에 사람들이 왼쪽으로 쏠리게 되었는데, 10년도 안 지난 이제는 차를 너무 왼쪽으로 틀어 사람들이 오른쪽으로 쏠린 것이 그 결과”라고 말했다.

“(지난 10년은) 군사정부 시절과 그 이후에 힘을 갖지 못한 쪽에서 힘을 갖게 되니까, 당한 것들을 그대로 되돌려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는 감옥이나 고문 같은, 끔찍하지만 정직한 형태로 나왔고, 이번에는 문화도 앞세우고 장례식(2001년 좌파 시민단체들이 이문열 씨의 책 장례식을 벌인 것을 가리킨다)도 치르고 이데올로기적으로 접근하기는 했지만 본질은 같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나 이 씨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으면 좋겠는데, 다시 반복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는 말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 씨는 “최근 몇 년간 문단이 이렇게 (진보) 일색으로 보인 적 없었다”며 “정치적으로 야에 있던 사람(좌파)들이 여에 있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우파들은 1980년대 자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해 ‘저 사람(좌파)들에게 반대한다’고 하면 1980년대의 부정적인 정부를 옹호한다는 비난을 받을까 봐 드러내놓고 이야기를 못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이 씨는 정치와 문학의 관계에 대해서도 “소설이란 것이 사람의 이야기를 쓰는 것인데, 그러다 보면 사람의 삶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치에 대해 말하지 않고 넘어간다는 것이 어렵지 않겠는가”라며 “쓸데없이 정치적 시비에 관여했다가 손해도 보고 욕도 보았지만 정치와 사회와 완전히 무관한 문학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씨는 노벨 문학상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노벨 문학상은 이 사람이 문학을 통해 얼마나 인류의 복리에 증진했는가, 자유에 기여했는가를 보자는 것이니까 이를 단순히 문학상으로 등식화해 문학의 수준을 가늠하는 게 문제”라며 “나는 시쳇말로 노벨 문학상과 코드가 안 맞고, 나는 시장 코드이지 노벨 문학상 코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 씨는 연말까지 미국 보스턴에 체류할 예정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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