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조미료 안친 맛, 古음악의 성찬

  • 입력 2008년 2월 28일 02시 55분


16, 17세기 악기로 연주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바흐 솔리스텐’ 내달 공연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남부터미널 인근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의 연습실. 쳄발로, 비올라다감바, 바로크 바이올린, 둘치안(바로크 파곳) 등 16, 17세기 유럽 고(古)음악 악기를 든 연주자들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연습실 구석구석엔 전기 히터와 가습기가 3, 4대씩 가동되고 있었다.

“옛 악기들은 요즘처럼 금속 현을 쓰지 않고 양의 창자를 말려 만든 거트 현을 쓰지요. 그래서 온도와 습도에 굉장히 민감해요. 너무 추우면 줄이 끊어져 버릴 정도예요.”(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영 씨)

“언젠가 공연장의 조명 빛에 현이 늘어나 음정이 달라져 공연을 중단한 적이 있어요. 고악기는 여름 장마철과 추운 겨울에는 소리의 색깔과 음정도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온도와 습도에 항상 신경을 씁니다.”(비올라다감바 연주자 강효정 씨)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은 지난해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퍼셀의 오페라 ‘디도와 에네아스’와 헨델의 ‘리날도’의 반주를 맡았던 고음악 오케스트라. 바로크 성악앙상블 ‘바흐 솔리스텐’과 함께 3월 8일 오후 7시 반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몬테베르디의 ‘마드리갈’과 카리시미의 오라토리오 ‘예프테’(한국 초연)를 공연한다.

바흐 솔리스텐의 지휘자 김선아 씨는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넓어진 음악홀에서는 연주자들에게 대중을 압도하는 엄청난 테크닉과 과도한 감정 표출이 요구됐다”며 “소리의 크기나 테크닉에 가려진 작곡가의 원래 의도로 돌아가자는 것이 고음악 연주운동”이라고 설명했다.

고음악 연주자들이 사용하는 17, 18세기 악기들은 19세기 이후 개량되고 표준화된 악기와 다르다. 그래서 크기나 모양이 일정치 않다. 평균율로 조율된 음정이 아니기 때문에 음정을 맞추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진짜 나무로 만든 목관악기, 양의 창자로 만든 현, 밸브가 없는 금관악기 등 본래의 물성(物性)에서 나오는 섬세하고 명징한 음색은 현대 악기가 따라올 수 없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영 씨는 “시골밥상처럼 투박하지만 조미료를 안 친 자연 그대로의 맛”이라고 말했다.

올해 국내 무대에는 영국 계몽시대 오케스트라(27일 서울 예술의 전당)를 시작으로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 존 홀러웨이(3월 21일 호암아트홀), 독일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3월 26일 서울 예술의 전당), 베네치아 바로크 오케스트라(10월), 조르디 사발과 르콩세르 드나시옹(12월) 등 유럽 고음악 연주계의 스타가 모두 나온다. 이들과 함께 평소엔 쉽게 볼 수 없는 이색 악기들도 함께 온다.

○ 비올라다모레 ‘사랑의(d'amore) 현악기’라는 뜻으로 어둡고 달콤한 소리가 나는 악기다. 모두 14개의 현이 있는데 7개는 음들을 풍성하게 해 주는 공명 현이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트는 “저녁의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들을 때 더욱 사랑스럽게 들리는 특별한 바이올린”이라며 즐겨 연주했다. 28일 계몽시대 오케스트라의 ‘요한수난곡’ 공연에는 두 대의 비올라다모레와 오보에다카치아(사냥용 뿔처럼 생긴 오보에)가 등장한다.

○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 첼로보다 약간 작은 현악기로 끈을 목에 걸고 바이올린처럼 들고 연주한다. 5월 ‘라 프티트 방드’와 함께 내한하는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 지기스발트 쿠이켄은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로 첫 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 비올라다감바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에 나와 유명해진 이 악기는 기타처럼 플랫이 있는 5, 6개의 줄을 가진 현악기. 12월 내한하는 조르디 사발은 유명한 비올라다감바 연주자이다.

이 밖에 10월에 내한하는 아카데미 오브 에이션트 뮤직의 지휘자 리처드 에가는 피아노보다 훨씬 앞선 건반악기인 하프시코드(쳄발로)를 연주하면서 지휘를 할 예정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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