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345>揚湯止沸,不如滅火去薪

  • 입력 2008년 1월 29일 02시 59분


揚(양)은 들어 올리다 또는 드러내거나 드날리다의 뜻이다. 抑揚(억양)은 누르고 들어 올리는 것이고, 揚名(양명)은 명성을 날리는 것이다. 湯(탕)은 뜨거운 물을 뜻한다. 국이나 달인 약 또는 온천 따위의 뜨거운 액체를 두루 가리킨다. 끓이다의 뜻도 있다. 揚湯(양탕)은 끓는 물을 퍼냈다가 도로 붓는 것을 가리킨다. 止(지)는 멈추다 또는 멈추게 하다의 뜻이다. 沸(비)는 끓다의 뜻이다. 들끓어 떠들썩하거나 어지럽다는 뜻도 있다. 沸騰(비등)은 액체가 끓어오름 또는 논란이 격렬하거나 세상이 어지러움을 의미한다. 앞의 구절은 끓는 물을 퍼냈다 되부었다 함으로써 끓지 않게 하려는 것을 가리킨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헛된 임시방편만을 취하는 행위를 풍자하는 성어로도 쓰인다.

不如(불여)는 ∼보다 못하다 또는 후자가 전자보다 나음을 표시한다. 滅(멸)은 물에 가라앉다 또는 불을 끄다의 뜻이다. 멸망하다 또는 사라지다의 뜻과 없애다의 뜻도 있다. 滅火(멸화)는 불을 끈다는 뜻이다. 去(거)는 除去(제거)한다는 뜻이다. 薪(신)은 땔감용 나무를 뜻한다. 주로 쪼개서 써야 하는 큰 나무를 가리키며, 작은 다발로 묶은 것은 柴(시)라고 한다. 또 생활필수품으로 지급받던 것으로, 급여를 뜻하기도 한다.

물이 끓는 것을 막는다면서 불은 놔두고 물만을 퍼냈다 되부었다 하는 사람은 없다. 무엇보다 가열을 멈추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를 사람은 없다. 문제가 발생하고 비판과 불만의 소리가 끓어오를 때에도 그 입만을 막는 것은 헛수고이다. 근본 원인을 살펴 대책을 마련해야 비로소 안정된다. 생활환경은 많이 바뀌었어도 그 비유가 친근하고 실감난다. 역사서 ‘三國志·董卓傳(삼국지·동탁전)’의 注(주)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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