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 인터뷰

  • 입력 2008년 1월 24일 06시 29분


코멘트
-재킷사진이 좀 새롭다. 본인의 공간인가.

"사실 (앨범 디자인을 맡은)동생 방이에요. 파리에서 유학할 때 찍은 거죠. 나머지 사진은 내 방에서 촬영했고 피아노도 제 거예요. 많은 인터뷰에서 에세이 쓰듯 앨범을 만들었다고 했는데 재킷도 폼 잡고 만들지 않으려 했어요."

-이번 앨범이 가벼워졌다.

"4집 내고 콘서트 마치고 2005년 6월까지 DVD 앨범작업을 했어요. 다 끝내고 보니 제 음악인생에서 4집이 경계선이었던 거 같아요.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학생에서 사회인으로 넘어가는, 보스턴에서 서울로 넘어오는. 4집 앨범은 그래서 그렇게 치열했나 봐요. (버클리 음대) 졸업을 앞두고 불안감도 있었을 거고 돌아가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도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4집에 돈도 많이 썼고 뭔가를 일단락하고 싶었죠. 그 후 3년 동안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서울에서 살아가는 30대 솔로남의 적응생활이랄까. 취미도 생기고 사람도 만나고 제가 듣던 음악 영향 받았던 곡들을 한 두곡씩 모았어요. 대체로 가벼운 곡들이 모였더라고요. 그럼 이번엔 이렇게 가보자. 이제껏 어떻게 하면 노래를 잘 불릴까 골몰했다면 이제는 비우는 걸, 절제하는 걸 해보자. 물론 녹음과정에서 4집 못지않게 힘든 건 있었어요. 왜 청바지에 흰 티 하나 입고 멋있기 힘들잖아요. 그런 거죠. 악기 하나하나 잘 조율해야하고 사전 작업도 중요하고, 많이 절제하는 것도 힘들었어요. 하던 버릇이 있어서.(웃음)"

-1번 타이틀곡 '출발'은 참 가뿐하다. 이번 앨범의 컨셉트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출발'은 가장 '김동률 같지 않은 노래'라고 생각해요. 라디오 진행하면서 모던 락을 많이 듣다보니 나도 모르게 좋아졌나 봐요. 다들 좋아하시더라고요. 물론 타이틀곡은 주위 사람들이 '그래도 김동률 하면 발라드인데' 해서 '다시 시작해보자'로 선정했죠.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오래된 노래'도 좋아해요. 다양한 사람들이 각기 다른 노래에 꽂힐 수 있는 음반이 개인적으로는 좋은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다양성을 주려는 그런 의도는 없었어요. 생각이 많지도 않았어요. 생각은 4집에서 머리에 불나게 했죠. 음악적으로 평론가들로부터 비판도 나오겠죠. 그런데 일단 제가 들으면 편해요. '내가 힘들게 이 음반을 만들었구나' 보다 '그래 나 (이 노래 만들 땐) 여기로 여행도 갔고 이렇게 지냈지. 제 30대 초반을 반추하는 그런 앨범이 될 거 같아요."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에 이어'다시 시작해보자'에서 헤어지고 난 다음의 연애를 다뤘다.

"제가 좀 과거 지향적이에요(웃음). 그렇지만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의 저와 '다시 시작해보자'의 저는 다른 사람이에요. 전자는 배려심 있지만 좀 소심하다면 후자는 이기적이고 남자답다고나 할까요. 남자들은 이기적이라고 마음에 든대요. 뭔가 말할까 망설이는 체에서 해보자는 문체도 그렇고….

-전람회의 관념적이고 철학적인 가사가 많았는데 솔로 1집부터는 사랑얘기가 많다.

"그 이유가 '오래된 노래'에 담겨 있어요. 처음 1집에서 '동반자' '그림자' 곡을 쓸 때 헤어진 여자친구한테 허락을 받았어요. '나 이제는 써야 될 것 같다. 먹고 살아야겠다고(웃음) 역시 사랑 없는 발라드는 힘들다' 그랬더니 써보라고 그러더라고요. 물론 사랑노래가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귀향'을 최고의 앨범으로 꼽았다고 했는데.

"3집'귀향' 앨범 마음에 들어요. 4집을 만들었을 땐 그게 더 좋았는데 다시 들어보면 4집은 저조차도 부담스러운 게 있어요. 부담스럽다기보다 차가워요. 3집과 5집은 나중에 들어도 편안한 거 같아요. 그런데 뮤지션의 입장에서 2집이나 4집 같은 실험적인 앨범도 필요하겠죠."

-이번 앨범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나.

"이번에는 누가 들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좋은 멜로디의 노래들을 선택했어요. 전 대중음악인이잖아요. 저는 딴 세상에서 다른 음악을 하는 가수가 아니에요. 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제 음악을 듣고 좋아해줬으면 좋겠어요. 음악에 힘을 준다든지 들어서 옛날 생각이 나서 힘이 됐다든지 그런 얘기 더 듣고 싶고요."

-목소리 좋은데 어디까지 내려가나

"컨디션에 다라 다른데 F(파)까지?"

-김동률 씨는 음악으로 승부를 건다는 편견에 왠지 노래 연습을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있다.

"맞아요. 노래 연습 안 해요. 공연 때 빼고는. 그 부분에 있어서는 부끄럽게 생각을 하해요. 담배도 피고 심지어. 예전에는 '목소리가 듣기 좋아요' 라는 말을 들으면 화가 났어요. 내 목소리 때문에 노래를 듣나 해서요. 가사도 마찬가지에요. 전람회 2집에는 더 좋은 곡도 많은데 가사 때문에 '취중진담'을 좋아하더라고요. 속상했죠. 하지만 지금은 다 좋아요. 목소리가 좋아서 내 노래 듣다가 다른 노래를 좋아하게 될 수도 있는 거고 가사도 마찬가지죠."

-대중가수라면 직접 대중과 마주하며 공연하고 싶은 욕망도 있을 텐데.

"공연은 유학을 갔기 때문에 못한 거예요. 물론 앨범을 내지 않고도 여러 무대에 설 수 있죠. 그게 당연하다고도 생각하지만 전 게을러서 그렇게 끌리진 않네요. 소극장공연은 하고 싶지만 이적 씨처럼 그걸 감당할 목이 안돼요."

-라디오 진행은 안하시나요.

"라디오는 재밌었고 애정도 있었는데 라디오 하면서 음악을 하긴 힘들어요. 오후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일반 직장이나 다름없어요. 밤 시간을 다 뺏기니 음악 할 수 있는 시간도 없고. 계속 떠들다 보니 좀 가벼워지는 거 같아요. 깊어지고 쌓여가는 삶을 살아야하는데."

-카니발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인순이의 '거위의 꿈'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워낙에 오래전 노래인데다 그걸 다른 리메이크가 아니고 자기의 삶을 다 담아서 불렀기 때문에 국민가요가 된 거잖아요. 다른 선배님이 불렀을 때 그렇게 될 수 없죠. 그저 놀라워요. 개인적으로는 고맙다는 표현을 써도 될 만큼. 내가 쓴 곡이 이렇게 될 수도 있구나. 1997년에 기껏해야 수험생들에게 힘이 됐던 노래가 이제는 전국 방방곡곡 힘들어하는 국민을 대상으로 들려지고 있다는 사실이 대단하죠."

-버클리에서 영화음악 전공했는데 왜 안하는지.

"언젠가 하겠죠. 꼭 해보고 싶은 장르에요. 그동안 안 한건 타이밍이 잘 안 맞았어요. 영화계에서 저는 너무 신인이고. 영화음악은 영화에 필요 하는 음악이잖아요. 영화에 절대적으로 복종해야하는 건데 평생 내 음악을 해온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고요."

-'전람회' 재결성은 가능한 일인가요.

"제 음악 생활에 있어 (서)동욱이를 빼놓을 수 없어요. 음악을 함께 시작한 친구니까요. '전람회'결성 20년이 5년밖에 안 남았네요. 제가 마흔 살이 되는 해더라고요. 그때쯤이면 동욱이(현재 뉴욕 매킨지에서 근무 중)도 정착할 때니 기념앨범을 만들 수 있을지 않을까요."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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