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빨래터’는 진품”…의혹 제기 미술지 “승복 못해”

  • 입력 2008년 1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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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 한국미술품감정협회 사무실에서 오광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감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 한국미술품감정협회 사무실에서 오광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감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대표 엄중구)는 위작 의혹이 제기된 박수근 화백(1914∼1965)의 유화 ‘빨래터’(72×37cm)에 대해 ‘진품’이라는 감정 의견을 9일 발표했다.

‘빨래터’는 지난해 5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국내 미술품 최고 경매가인 45억2000만 원에 낙찰됐던 작품. 미술전문 격주간지 ‘아트레이드’가 1월 1일자 창간호에서 ‘대한민국 최고가 그림이 짝퉁?’이라는 기사를 싣고 이 그림이 가짜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오광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을 비롯한 미술계 인사 10명, 송향선 미술품감정연구소 감정위원장 등 화랑 경영자 10명 등 모두 20명이 참여한 특별감정위원회는 9일 오전 10시부터 5시간여 동안 확대 감정을 실시한 결과 진품이란 결론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미술품감정연구소는 4일 내부 감정위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1차 감정을 했다.

특별감정위원장을 맡은 오 전 관장은 “작품의 소장 경위에 대한 조사와 안목 감정, 과학 감정 등을 토대로 진품이란 판정을 내렸다”며 “감정위원 20명 중 1명은 반대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오 전 관장은 ‘아트레이드’에서 의혹을 제기한 마티에르(질감)와 색감 문제에 대해 “박수근은 자신이 좋아하는 소재를 몇 번씩 반복해서 그렸다”며 “빨래터도 4점이 있으나 이번 작품은 박수근 양식이 완성되기 이전의 모색기 작품이란 점에서 기존 작품들과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술품감정연구소는 과학 감정과 관련해 “탄소14의 동위원소 반감기를 이용하는 방법은 오차범위가 50년 정도여서 사용하지 않았고 자외선, 적외선, 뢴트겐 촬영을 했다”고 밝혔다. 2명의 과학감정 전문가가 참여한 작품의 크랙(갈라짐), 액자 물감과 캔버스에 대한 분석에서도 “후대에 다시 그려졌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미술품감정연구소는 작품 출처와 관련해 “전 소장자인 미국인 J 씨가 9일 오전 박수근 화백의 장남 박성남 씨와 통화했다”고 밝혔다. J 씨는 이날 통화에서 “사무실 직원의 소개로 만난 박수근 화백에게 1955∼56년 초 작품 제작을 부탁해 화가에게서 직접 받은 그림”이라고 말했다.

서울옥션 심미성 이사는 이번 감정 결과를 토대로 “법무법인 바른에 소송을 위임해 위작설을 유포한 아트레이드 측에 민형사상 가능한 모든 법적 절차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아트레이드 측은 “화랑 대표가 대부분인 감정연구소의 판정에 승복할 수 없다”고 밝혀 진위 공방의 불씨는 법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미석 문화전문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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