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세기의 음악 거인 클래식계를 달군다

  • 입력 2008년 1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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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탄생 100주년’ 카라얀-메시앙 재조명 활발

2000년 바흐 서거 250주기, 2006년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 매년 세계 음악계는 그 해에 기념할 만한 음악가들을 정해 집중 조명한다. 장삿속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클래식계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마케팅 전략이기도 하다.

독일 베를린 필의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프랑스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러시아의 작곡가 림스키코르사코프와 스페인 출신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사라사테의 서거 100주기이기도 하다. 또 올해는 오페라 ‘나비부인’ ‘라보엠’ ‘투란도트’ 등을 작곡한 자코모 푸치니가 탄생한 지 150주년이 된다.

○ 카라얀과 메시앙 탄생 100주년

“‘하느님을 죽여 버린 시대’에 하느님을 찬송했고/‘조성을 해체해 버린 시대’에 노래를 불렀으며/‘자연을 파기해 버린 시대’에 새들과 노닌 한 음악가. 여기 잠들다.”

20세기를 대표하는 프랑스의 작곡가 메시앙(1908∼1992)의 묘비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청년 시절부터 죽을 때까지 61년간 파리의 생트리니테성당에서 오르간 주자로 봉직했던 그는 전위음악이 난무하는 시대에 종교음악에 몰두했고, 새소리 바람 소리 같은 자연 속에서 음악적 영감을 찾았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인도의 음계, 남미 페루의 사랑 이야기에 바탕을 둔 ‘투랑갈릴라 교향곡’을 썼다.

바스티유 오페라 예술 감독 시절 도이치그라모폰에서 ‘투랑갈릴라 교향곡’을 녹음했던 지휘자 정명훈은 2월 29일 서울시향과 함께 이 곡을 연주한다. 협연자는 재미 피아니스트 폴 김(뉴욕 롱아일랜드대 교수). 폴 김은 메시앙이 생전에 “나의 음악을 살아 있는 리듬과 화려한 음색으로 가장 잘 표현하는 피아니스트”라고 격찬했던 인물이다.

피아니스트 백건우도 올해 이탈리아 제노바와 로마에서 메시앙의 ‘아기 예수를 향한 20개의 시선’을 연주한다.

메시앙과 같은 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난 카라얀(1908∼1989)은 1954년부터 죽기 3개월 전까지 35년간 독일 베를린 필을 지휘했던 거장. 도이치그라모폰은 1월 초 1959∼1979년 카라얀이 베를린 필과 빈 필을 지휘한 음반세트(CD 10장)를 내놓았다. EMI뮤직도 다음 달 카라얀이 지휘한 오케스트라곡을 모은 세트(88장)와 오페라와 성악곡을 모은 음반(72장), ‘더 그레이트 리코딩’(8장), ‘베토벤 교향곡 전집’(5장) 등 세트음반을 낼 예정이다.

○ 푸치니 탄생 150주년

여성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꿰뚫은 작곡가로 꼽히는 푸치니(1858∼1924). 그의 고향 이탈리아의 토레 델 라고에서 6∼8월 열리는 ‘푸치니 페스티벌’과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등 세계 곳곳에서 푸치니 탄생 150주년 기념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다소 힘이 빠졌다. 지난해 말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화재로 5월 말 베세토오페라단의 푸치니 탄생 기념공연 ‘나비부인’ 등이 취소됐기 때문.

그 대신 국립오페라단은 31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무대장치 없이 오케스트라에 맞춰 노래하는 ‘콘체르탄테’ 형식으로 ‘라보엠’을 공연한다. 고양 아람누리와 대전 예술의 전당, 대구 오페라하우스는 9월 말경 이탈리아 볼로냐오페라단의 ‘토스카’ 내한공연을 추진 중이다.

한편 내년은 헨델 서거 250주기, 퍼셀 탄생 350주년, 하이든 서거 200주기, 멘델스존 탄생 200주년 등 ‘빅 음악가’의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헨델의 고향인 독일 할레국립오페라극장의 단원들로 구성된 ‘헨델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5월 4일 내한공연을 벌여 일찌감치 ‘헨델 붐’에 불을 붙일 예정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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