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따라 세계일주]핀란드 발틱 서클 연극축제

  • 입력 2007년 12월 1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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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속 배우, 관객에게 말을 걸다

《북유럽의 공연 예술을 보러 핀란드 헬싱키를 찾아왔다. 스톡홀름에서 13시간이나 배를 타고 이곳에 온 이유는 발틱 서클 국제연극페스티벌(Baltic Circle International Theatre Festival) 때문이다.

이 페스티벌은 2년에 한 번씩 11월 말 헬싱키에서 열리는 공연축제다.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등 스칸디나비아의 노르딕 국가와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폴란드, 벨로루시 등 발틱해 주변 국가들로 구성된 ‘그들만의 공연 잔치’이다.》

○ 공연정보, 포스터 아닌 실내 안내지로 홍보

발틱 서클 국제연극페스티벌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편이다. 올해로 4회째를 맞아 역사가 짧은 축제 축에 든다. 유럽의 경우 국가들이 국경을 맞대고 밀집돼 있어 각국의 독특한 색깔을 띤 작품들이 점차 사라져 가는 추세다. 그래서 (비교적) 시와 문학이 발달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과 저예산 연극이 주를 이루는 발틱 국가들의 만남의 결과가 궁금했다. 무엇보다 나라의 한쪽 끝이 북극에 대롱대롱 걸쳐 있는 핀란드는 겨울이 되면 하루 중 대부분이 깜깜한 밤이기 때문에 발틱 서클 축제를 빼놓고도 핀란드의 밤 문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헬싱키에 도착한 후 처음 며칠은 현지인들의 생활 패턴에 맞추기조차 쉽지 않았다. 오후 2시만 되도 어두워지는 바람에 낮에 일단 숙소에 들어갔다가 진정한(?) 밤이 되면 다시 나와 공연장을 헤매는 올빼미 생활을 반복해야 했다. 헬싱키의 첫인상은 ‘지금 비수기인가?’라는 의심부터 시작됐다. 아무리 돌아다녀 봐도 지나치게 깨끗이 정돈된 거리에는 공연 포스터조차 찾아보기 어려웠고 스크린을 통한 공연 홍보나 다른 광고 전단지 등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축제 기간이었음에도 발틱 축제 포스터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날씨와 연관이 있는 듯했다. 낮보다 밤이 더 길고 춥기 때문에 각종 포스터를 비롯해 어떤 길거리 홍보 수단도 깜깜한 밤거리에서는 효율적이지 않은 만큼 활용되지 않는 듯했다. 대신 대형 쇼핑몰을 비롯해 시내 곳곳의 건물과 공연장 등 실내에 비치된 무료 공연 정보지들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상세한 공연 스케줄은 물론 영화관과 각종 문화센터의 프로그램까지 빼곡히 리스트로 소개하고 있었다.

올해 발틱 서클 축제에는 벨로루시, 폴란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슬로베니아, 스웨덴 등 8개국이 참가했는데 연극세미나, 인터랙티브 무비(스크린을 통한 교류연극), 창작극, 예술가 토론회 등의 프로그램으로 짜여 있었다. 요즘 무대 연출의 트렌드를 꼽는다면 단연 스크린 등 영상의 활용인데 이곳에서도 그런 경향은 두드러졌다.

연극 강국으로 꼽히는 리투아니아의 참가작은 아예 제목부터 ‘인터랙티브 무비’였다. 스크린을 통해 배우가 관객과 대화를 시도하는 아주 특이한 형식의 연극이었다. 심지어 무대엔 배우가 한 사람도 등장하지 않고 스크린으로만 볼 수 있었다.

○ 흥미진진한 주제 통해 배우-관객 양방향 의사소통

이 공연은 헬싱키 중앙역 바로 옆에 있는 키아즈마 극장에서 열렸는데 이곳은 평소에도 실험적 작품을 많이 올리는 소극장이라고 했다. 공연장에 들어서니 스크린과 빔 프로젝터만 설치돼 마치 대학 강의실에 와 있는 듯했다. 1시간 반의 공연은 스릴 있고 흥미진진했다. 스크린 속 배우가 한 가지 주제를 두고 인터넷 검색 결과, 자신의 의견, 미디어 사설 등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며 모노로그를 하듯 문제를 제시하면 관객이 각각 좌석에 부착된 즉석 투표기로 투표를 하여 그 자리에서 전체 관객의 의견을 알아보는 일종의 ‘투표 연극’이었다. 영어로 진행된 이날의 주제는 현대사회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문제 중 하나인 ‘인간의 유전자 조작과 복제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였다. 특히 치료를 위한 조작이나 복제는 괜찮은가라는 질문에 대해 찬성이 반대보다 훨씬 많이 나오자 젊은 관객들은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끊임없이 주어지는 흥미진진한 질문들, 편안하게 말을 걸어오는 스크린 속 배우, 그리고 무엇보다 그 자리에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즉석에서 확인할 수 있는 속도감이 무척 흥미로웠다. 공연을 관람, 아니 ‘참여’하는 동안, 이것이야말로 인터넷 등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한 요즘 젊은이들을 위한 새로운 연극의 한 형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쩝穉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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