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하야시 요코]日 약탈 한국문화재 주인 품으로

  • 입력 2007년 12월 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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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매스컴을 들끓게 한 것은 오스트리아 국립미술관에 소장된 20세기 초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명작인 ‘아델레 블로흐 바워의 초상’을 포함한 회화 5점이 원소유자의 조카딸에게 반환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그녀는 이 작품들이 나치 독일에 약탈된 것이라며 오랫동안 소유권을 주장해 왔다.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은 이 초상화가 약 1300억 원이라는 회화 사상 최고 가격으로 에스티 로더 그룹 총수에게 판매된 점이다. 이 작품은 현재 에스티 로더 그룹의 뉴욕 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신나치의 대두 등 변화하는 정치상황과 홀로코스트 피해자 조직의 압력이 커져가면서, 유럽 정부와 미술관들은 1990년대 들어 약탈된 미술품임이 증명되면 도덕적 차원에서 반환한다는 의사를 여러 번 표명했다. 홀로코스트 덕에 이익을 얻은 나라로 여겨지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중에서도 오스트리아는 1998년 ‘미술품 반환법’을 제정해 25년간은 약탈 사실과 원소유자가 분명한 미술품은 소유자 혹은 그 유족에게 반환하기로 결정했다. 클림트의 작품 반환은 이 법에 따른 결과다.

문화재 반환 문제의 또 다른 한 축인 식민지 시대, 지배국에 반입된 피식민지 문화재 반환도 잇따르고 있다. 영국과 스페인은 이집트와 에티오피아에 각각 미라와 토템기둥을 돌려준 바 있다. 호주 정부도 박물관에 소장된 원주민 선조의 유해나 종교 유물을 원주민 공동체에 반환하기로 했다. 이것은 세계적 규모로 일어나고 있는 문화의 다양화와 정체성 회복 운동과 관련이 있다. 개개인이 각기 다른 문화를 지키고 누리는 것은 기본적인 인권의 일부다.

일본에 문화재 반환문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일본은 과거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 또 지난 세기 식민지 시대에 문화재를 대량으로 반입했다. 필자는 올해 4월 27일 서울에서 한국 문화재청과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공동 개최한 ‘한일 불법문화재 반환 촉진 정책 포럼’에 참가했다. 그 자리에는 작년에 도쿄대가 서울대에 기증한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 반환협상에 직접 참여한 스님도 참석했다. 스님은 발표를 통해 실록이 ‘반환’이 아니라 ‘기증’됨으로써, 반환 협상 노력이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반환하지 않으면 소송하겠다고 한 뒤에야 반환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일본은 어디까지나 기증이라는 생각을 굽히지 않았고 한국은 반환을 고집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감정적 접근은 잘못된 여론을 만들 수 있다.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선의로 소장품을 기증한 일본인 수집가를 기념해 그들의 이름을 딴 전시실을 마련하고 있다. 일전에 한국 측이 기증자의 행위를 높이 평가해 그들을 정중하게 다루고 있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 한일 양국의 교류가 깊어지면서 민간 일본인의 기증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 문화재 공개가 촉진되지 않는 것은 세법 문제와 더불어 작품 기증을 사회적으로 높이 평가하지 않는 데에 있다. 이 점은 한국을 보고 배워야 한다.

문화재 반환 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언젠가는 수교하게 될 북한이나 중국과도 관계가 있다. 일본군위안부 문제, 영토 문제와 마찬가지로 문화재 반환 문제도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선 일본에 있는 한국 문화재를 조사해 반환은 못해도 공개를 하거나 한국에 장기간 대여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발상지가 어디든 우수한 문화재는 미래에 전해져야 할 인류 공동의 자산이다. 세계 각지에서 부상하고 있는 약탈 문화재 반환 문제는 ‘세계의 역사를 말하는 문화재’가 항구적 평화를 구축하는 데 기여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은 아닐까.

하야시 요코 일본 쇼비대 교수 예술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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