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기둥 모시라는 어명이오”

  • 입력 2007년 11월 30일 02시 59분


코멘트
‘광화문의 기둥’으로 부활할 금강소나무문화재청이 경복궁 광화문 복원에 쓰기 위해 강원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 백두대간 곤신봉에서 벌채한 금강소나무. 조밀한 나이테가 수령 150년의 소나무에 깃든 세월을 말해 준다. 금강소나무는 ‘살아서 1000년, 죽어서 1000년을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재질이 단단하다. 강릉=이훈구  기자
‘광화문의 기둥’으로 부활할 금강소나무
문화재청이 경복궁 광화문 복원에 쓰기 위해 강원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 백두대간 곤신봉에서 벌채한 금강소나무. 조밀한 나이테가 수령 150년의 소나무에 깃든 세월을 말해 준다. 금강소나무는 ‘살아서 1000년, 죽어서 1000년을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재질이 단단하다. 강릉=이훈구 기자
광화문 복원용 금강송 벌채

위령제까지 열어 극진 예우

“어명이오! 어명이오! 어명이오!”

29일 강원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 백두대간의 곤신봉. 동부지방산림청 강릉국유림관리소 관계자가 임금의 명령으로 소나무를 벤다는 뜻으로 이렇게 외치며 자귀(나무를 다듬는 손도끼)로 소나무 밑동을 내리쳐 껍질을 벗겼다. 이어 이상인 강릉국유림관리소장이 밑동에 검인(檢印)을 찍었다. 이 나무는 베도 된다는 뜻.

광화문 복원을 지휘하는 신응수(중요무형문화재 74호 대목장) 도편수의 지도로 톱질이 시작된 지 5분 만에 150년 된 소나무(지름 94cm, 높이 20m)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곤신봉에 울려 퍼졌다.

문화재청과 산림청은 이날 광화문 복원에 쓰일 소나무 시범 벌채 행사와 위령제를 열었다. 행사에선 재목으로 쓸 소나무 26그루 중 지름이 가장 큰 것을 정해 위령제를 열고 소나무의 영혼을 달래는 헌시를 낭독한 뒤 산신굿을 벌였다.

광화문 복원에 쓰이는 소나무는 모두 금강소나무다. 강원과 경북 북부에서 잘 자라는 금강소나무는 ‘살아서 1000년, 죽어서 1000년을 간다’는 목재로 재질이 단단하고 잘 썩지 않아 경북 영주시 부석사 무량수전과 경북 안동시 봉정사 극락전에도 쓰였다.

문화재청은 당초 조선 태조 이성계의 6대조 이양무의 묘가 있는 강원 삼척시 준경묘 일대 국유림의 소나무를 쓰려고 했으나 전주 이씨 대동종약원의 반대에 부닥쳐 조사 끝에 강릉시 성산면과 강원 양양군 일대에서 적합한 소나무 26그루를 찾아냈다. 80∼250년 된 이 소나무들의 시가 총액은 1억4000만 원. 이날 시범 행사의 소나무는 시가 800만 원에 이른다.

강릉=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동영상 촬영 : 이훈구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