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설 빅3 “이것이 흥행요소”

  • 입력 2007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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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은 신파조를 벗어나 역사의 객관성을 읽고 민중의 편에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작가의 태도로 독자의 신뢰를 받았다.”(하상일 동의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바리데기’는 ‘오래된 정원’ 이후 지속된 황석영의 꾸준한 서사 실험이 도달한 하나의 극점으로 독자를 사로잡았다.”(강경석 문학평론가)

“‘리진’은 기존 남성 중심적 서사를 ‘차용’하면서도 남성이 아닌 여성을 역동적 주체로 만들어 성과를 거뒀다.”(양윤의 문학평론가)

황석영의 ‘바리데기’, 김훈의 ‘남한산성’, 신경숙의 ‘리진’. 올해 문학 시장에 파장을 일으킨 세 작품의 흥행 요소를 문학평론가들이 들여다봤다. 20일 나오는 출판전문지 ‘기획회의’(210호)의 특집 ‘한국 문학의 희망’에서 세 평론가의 분석을 실었다. ‘남한산성’은 30만 부, ‘바리데기’와 ‘리진’은 각각 20만 부를 웃돌고 있다.

강 씨는 바리데기를 두고 “(독자라면) 누구든 세 번 놀라는 작품”이라 평했다. 리얼리스트로 불리던 황 작가가 △촬영용 스크립트를 연상시키는 과감한 생략과 의식적 평면서술 △현실과 허구를 교차 편집하는 자유로운 이야기 구조 △책장을 덮은 뒤 마주치게 되는 동시대 현실의 맨얼굴이란 ‘전율적인’ 혁신을 꾀했다고 봤다.

하 교수는 남한산성에 대해 “작가의 명성 아래 절제된 문체 속에 넘치는 비장미”를 높이 평가하며 “정치 경제 사회를 아우르는 역사적 통찰이 30대 남성 독자에게 상당한 무게로 다가갔다”고 말했다. 병자호란에서 드러난 정치가들의 무능과 언변의 사사로움은 작금의 정치 현실과 닮았고, 이런 정치 싸움에서 비껴간 듯한 작가의 중립적 태도도 독자의 관심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리진의 강점으로는 ‘여성소설과 역사소설의 공유’가 꼽혔다. 양 씨는 “장편소설을 ‘여성’이 성숙해 가는 과정을 그린 장르로 만들었다”며 “지금 독자들의 관심은 역사에 대한 교과서적 해설을 넘어 역사의 소설화에 내재된 미적 특성과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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