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인 것 찾을때마다 왜 과거만 캐내고 있는가

  • 입력 2007년 10월 1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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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특별히 과거를 통해 자기 존재의 고유성을 확인하고 보존하려 하는지 한번 반성해 봐야 한다.”

8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던 ‘세계화 속에서 우리 학문의 중심 잡기’ 학술발표회에서 이기상(철학)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이런 문제를 제기했다. 이 교수는 현재와 미래가 아니라 과거에서 한국적인 것(Koreaness)을 찾으려는 이런 행태를 퇴행적이라 비판하며 그 원인을 중국문화권의 복원주의의 영향에서 찾았다. 요순시대와 같은 고대를 이상향으로 상정하는 과거지향의 세계관에서 비롯된 행동이라는 것이다.

반면 최근 출간된 근대 국문학 연구자들의 공동연구서 ‘조선적인 것의 형성과 근대문화담론’(소망출판사)은 그것이 근대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김병구 숙명여대 교수, 구재진 국민대 교수 등 6명이다.

이들은 한국적인 것의 기원으로서 ‘조선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 안재홍과 정인보 등이 주축이 된 고전부흥기획을 통해 1930년대 후반에 정점에 이르렀음에 주목한다. 이는 ‘상상의 공동체’로서 근대적 민족국가를 수립하려는 욕망의 우회적 발현인 동시에 일제의 식민담론에 의해 호명된 파생 담론의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일본이 서구와 중국으로부터 자신을 특권화하기 위해 만든 식민담론인 ‘동아학(東亞學)’을 조선에 적용한 것에 대한 반발인 동시에 거기에 기생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당시 조선적 특수성에 관심을 뒀던 사회주의 담론도 보편성으로 받아들였던 서구적 근대가 1920년대 조선의 현실에서 좌초하자, 동양 중심의 개별성을 내세웠던 일제 파시즘과 공명을 일으켰을 개연성도 제기했다.

결국 한국적인 것은 식민 지배자라는 ‘타자의 시선’에 자극받아 그 일부를 내면화했거나 근대적 기획으로 새롭게 발견했다는 주장이다.

과거의 영광을 찬미하는 사극이 TV에서 쏟아지는 이 순간 그것이 중국적 복원주의의 영향이었건 일제 파시즘의 내면화였건 한국적 정체성을 과거에서만 찾으려는 우리들을 한번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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