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직원 말 좀 시켜라 ㅠㅠㅠ 토크클럽 적극 권장

  • 입력 2007년 10월 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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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하지 않는 기쁨?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문화

요즘 사람들은 왜 직접 말하기보다 인터넷 채팅을 좋아할까. 본보는 인터넷 쇼핑몰 ‘G마켓’과 함께 누리꾼 248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이유’에 대해 44.1%의 누리꾼들이 ‘직접 말하거나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장점으로 꼽았다. 이어 ‘단시간 내 많은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모르는 사람들과도 친해질 수 있다’(34.4%), ‘평소 하지 못했던 말을 서슴없이 할 수 있다’(21.5%) 등을 이유로 들었다.

젊은층일수록 말을 하지 않는 시간이 많았다. ‘문자메시지나 인터넷 채팅, e메일 등을 하루에 얼마나 사용하고 있나’란 질문에 전체의 58.3%가 ‘1시간’, 24.7%가 ‘2, 3시간’이라고 답했다. 10대는 2, 3시간(37.5%) 이용자가 1시간(38.8%) 이용자 못지않게 많으며 3시간 이상 말을 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도 23.7%나 됐다.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학생들이나 바쁜 직장인 등이 효율성을 이유로 메신저, 문자메시지 등을 사용했지만 이젠 이모티콘이나 함축어 등으로 대표되는 문자 특유의 문화가 아예 말 문화를 능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긴 글이나 논리적인 문장보다 ‘ㅊㅋ’(축하)’, ‘ㅋㅋ(킥킥)’ 식의 단순 자음 나열, ‘어때?’처럼 주어가 빠진 문장 등으로 한정된 상황을 최대한 압축하는 표현 자체를 즐기고 있다.


촬영: 박영대 기자

○ 참을 수 없는 대화의 얕음? 디지털무언족의 비애

디지털무언족은 자신의 삶을 만족스러워 할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하루 평균 100건 정도 보내며 의사소통을 한다는 직장인 홍일섭(30) 씨는 “상대방에게 답장을 받지 못하면 왕따 취급을 받는 것 같아 상대방이 응답할 때까지 계속 보낸다”고 말했다. 조휘상 씨도 “디지털 기기가 없으면 외톨이가 되는 것 같고 나를 정말 이해해 주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회의감이 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긍정적 대답과 부정적 대답이 엇갈렸다. ‘교우 관계가 넓어졌다’(33.2%), ‘대화하는 데 두려움이 없어졌다’(18.7%)는 등 긍정적인 답변이 많았다. 하지만 ‘대화의 깊이가 얕고 진실한 대화로 느껴지지 않는다’(28.6%),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19.5%)는 등 부정적 의견도 상당히 많았다.

30, 40대 등 연령층이 높으면 디지털 대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누리꾼들이 늘었다. 부정적 측면으로 ‘체중 증가’를 꼽은 디지털무언족도 있었다. 말없이 지내다 보니 입이 심심해 껌, 사탕, 커피 등을 자주 먹어 살이 붙었다는 것. 한 누리꾼은 “군것질 때문에 같은 부서 사람들 전체가 살이 쪄 군것질 상자를 없애고 ‘벌점제’까지 도입했다”고 말했다.

전상진 교수는 “많은 사람과 채팅해도 직접 보거나 만지는 등 아날로그식 ‘접촉’ 문화를 그리워하는 경향이 있다”며 “문자로 대표되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문화는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한계를 지녔다”고 말했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무조건 과거 아날로그식 대화를 그리워하는 것도 문제”라면서 “아날로그 문화든 디지털 문화든 주어진 현실 속에서 얼마나 진정한 관계를 맺느냐는 것은 결국 자신한테 달렸다”고 말했다.

○ 함께 먹고 놀며 공허함 극복하기

사람의 눈을 보지 않고 나누는 대화는 진정한 대화일까? 분명한 것은 문자로 대화하고 디지털 기기를 들고 혼자 노는 문화가 우리 삶의 일부가 됐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모든 것을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으로 해결하려 할 경우 자칫 자신만의 공간에 갇혀 공허함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커뮤니케이션을 절충하려는 노력도 나타나고 있다. 제일기획은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반 출출해질 시간에 사원들이 모여 간식을 먹는 ‘와우 프라이데이’ 이벤트를 한다. 샌드위치, 떡볶이 등을 먹으며 그날 있었던 얘기를 자유롭게 나누는 것. 삼성전자 역시 매일 아침 출근 후 부서별로 모여 10분간 동료들과 얘기하는 ‘텐 미니트 토크(10분 대화)’ 이벤트를 1년 전부터 전 사업장에서 실시하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동아리 활동을 하는 ‘FT(프라이데이 팀)’ 제도를 2년 전부터 마련했다. 영어 일본어 등 어학이나 신기술 학습, 게임 사진 같은 취미 활동을 함께하는 크고 작은 80개 팀이 조직돼 있다.

해피이노베이션팀의 김민정 팀장은 “메신저로만 대화하던 동료들이 직접 만나 얘기하고 함께 취미 활동을 하니 협업 속도가 빨라지는 등 업무적인 면에서도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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