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62>尺之木必有節目

  • 입력 2007년 10월 3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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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짜리 나무에도 반드시 옹이가 있다.

尺(척)은 길이의 단위로 열 치(寸·촌)에 해당한다. 작다는 의미도 지닌다. 또 길이를 재는 기구인 자를 가리키며, 법도나 표준을 뜻하기도 한다. 동사로 쓰이면 길이를 잰다는 뜻이다. 必(필)은 반드시라는 뜻이다. 동사로 쓰이면 期必(기필)하다, 즉 반드시 ∼하기를 기약한다는 뜻이 된다. 必死則生(필사즉생·죽기를 각오하면 산다)의 경우가 그렇다.

節(절)은 보통 마디나 단락의 뜻으로 많이 쓰이나, 여기에선 초목의 줄기에 잎이나 가지가 돋는 부분을 가리킨다. 節目(절목)은 옹이, 즉 나무의 몸에 박힌 가지의 그루터기다.

작은 목재에도 결이 고르지 않은 부분이 있고, 작은 옥에도 흠결이 있기 마련이라고 한다. 그것이 천연 목재이고 천연 옥임을 일러준다. 만약 정밀한 기준에 따르면 자연스럽게 자란 나무 중에는 완전히 직선이고 완전히 균일하여 기준에 꼭 맞는 것은 없을 것이다. 반드시 그런 목재이기를 고집한다면 집도 절도 짓지 못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남달리 훌륭한 사람이라도 완전할 수는 없다. 이상 속에 존재하는 사람이 아닌, 생명을 지니고 태어난 현실 속의 인물이라면 완전무결함은 불가능하다. 그런 이를 고집하여 추천하고 임용하며 또 책임자로 내세우려다가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약점이 있다면 고치고 보완하도록 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다.

누군가에게 그토록 약점이 없기를 바라는 이유는 누군가가 그만큼 중요한 위치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옹이 없는 나무가 없듯이 현실 사회에 모든 이가 원하는 완전무결한 존재는 없다는 점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呂氏春秋(여씨춘추)’에 나오는 표현이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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