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서양 사상 발상지를 찾아서…‘지중해 철학기행’

  • 입력 2007년 7월 2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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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페수스 도로 바닥에 새겨진 기독교 상징 문자를 설명하는 저자. 사진 제공 효형출판
에페수스 도로 바닥에 새겨진 기독교 상징 문자를 설명하는 저자. 사진 제공 효형출판
◇지중해 철학기행/클라우스 헬트 지음·이강서 옮김/680쪽·2만5000원·효형출판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뒤를 따라다니며 그의 강의를 듣고 싶어진다. 저자는 서구 철학과 문화와 역사가 시작된 지중해 도시를 테마 여행팀과 함께 다니며 2000년 철학사를 강의했다. 그 여행지는 밀레투스 올림피아 아테네 로마 폼페이를 거쳐 피렌체 세비야까지 이어지고, 가는 곳마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에피쿠로스 아우구스티누스 등 철학자의 육성을 대신 전한다. 그러기에 책은 ‘보는 여행’에서 벗어나 ‘생각하는 여행’에 좋은 가이드일 뿐 아니라 서양 철학사를 일별하고 싶은 청소년에게도 권할 만하다.

그리스 밀레투스를 내려다보며 이 도시가 유럽 문화의 초석이라고 말하는 데서 여행은 시작한다. 이 도시에서 학문이 발생했고 철학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탈레스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메네스 등 밀레투스학파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에페수스의 아르테미스 신전 터로 옮겨가면 처음으로 로고스를 진지하게 생각한 헤라클레이토스의 이야기를 듣는다. 헤라클레이토스의 영향을 받은 헤겔 니체 하이데거의 연관성까지 들으면 철학사의 큰 가닥을 잡을 수 있다. 헬레니즘의 중심지였던 페르가몬에서는 청소년 수련장(김나시온)을 둘러보며 수업을 통한 교육과 교양이 인간성에 기초를 두며 세대 간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내 유럽 문화를 이어갔다는 것도 들을 수 있다.

로마에서는 키케로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테네에서 학업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온 키케로는 그리스 철학과 교양을 이식하기 시작했다. 키케로는 그리스 학문을 라틴어로 번역해 그리스 정신을 전승했고 여기서 유럽의 문화가 이어졌다. 그가 아니었다면 정신적 유럽이란 없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세비야에서는 서구 제국주의에 대한 반성도 촉구한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유럽이 라틴아메리카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비난을 받아들이는 데 조금도 망설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2001년 독일 부퍼탈대에서 정년퇴임했으며 올해 2월 서울대 철학과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다. 이 책은 초판(1, 2부)이 1990년에 나왔으나 2001년에 3부(피렌체에서 세비야까지)를 더했다.

허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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