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병권]한류만으론 부족하다

  • 입력 2007년 6월 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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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에는 수백 개의 고층빌딩과 수천 개의 금융업체가 밀집한 ‘시티 오브 런던(City of London)’이라고 불리는 지역이 있다. 이 빌딩 숲 한가운데에는 대규모 복합 문화공간인 ‘바비컨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다양한 예술 공연이 열리는 유럽 최대 복합문화시설이다.

금융 중심의 심장부에 위치한 이 문화공간은 영국 문화예술의 산실이다. 바비컨센터는 정부 도움 없이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과 자체 펀딩으로 연간 총 600억여 원에 이르는 운영비를 조달한다.

영국은 자원이 부족해 수출과 서비스업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나라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겪은 것도 한국과 닮았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 영국은 주요 왕조시대를 다 합쳐도 한국보다 훨씬 짧은 100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자국의 문화와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하늘을 찌른다. 뮤지컬, 오페라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차고 넘친다. 반면 한국은 초현대식 공연장을 지어 놓고도 그 안을 채울 콘텐츠 구하기에 급급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는 한탄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언제까지 지금 갖고 있는 것만 지키려고 발버둥 칠 것인가. 유사한 역사적 경험과 환경을 지닌 영국에서 벤치마킹할 요소가 많다.

영국은 제조업보다는 금융업과 서비스업, 관광과 문화예술 산업에서 확고한 차별화를 시도했다. 한국도 문화예술 산업에서 살길을 찾아야 한다.

최근 한국 예술가들이 세계 각지로 진출해 국가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참으로 기쁜 소식이지만 이들이 단순한 ‘한류’라는 트렌드로 머물러선 곤란하다. 21세기 한국이 먹고살 ‘산업’과 연계돼 발전해야 한다.

많은 기업이 갈수록 문화마케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업은 문화예술에 투자하고, 문화예술 종사자는 기업 이미지의 발전을 돕고, 국민은 넘쳐 나는 문화예술을 마음껏 향유하고, 국가와 정부는 이런 선순환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할 때 우리의 먹고사는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

이병권 한국메세나협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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