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쪽샘지구 11만평 고분 발굴 20년 대역사 착수

  • 입력 2007년 3월 27일 02시 56분


코멘트
20일부터 발굴이 시작된 경주 도심 한복판 황오동 일대의 쪽샘지구. 위에 보이는 고분군은 천마총 황남대총 등이 위치한 대릉원이다. 사진 제공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20일부터 발굴이 시작된 경주 도심 한복판 황오동 일대의 쪽샘지구. 위에 보이는 고분군은 천마총 황남대총 등이 위치한 대릉원이다. 사진 제공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1921년 경북 경주시 노서동에서 출토된 금관총 금관(5세기·국보 87호). 쪽샘지구에서 또 다른 신라 금관이 모습을 드러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921년 경북 경주시 노서동에서 출토된 금관총 금관(5세기·국보 87호). 쪽샘지구에서 또 다른 신라 금관이 모습을 드러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973년과 1975년 경북 경주시 천마총과 황남대총에서 신라 금관이 출토된 지 30여 년. 찬란한 신라 금관이 또다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인가. 고고학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경주 고분 발굴이 드디어 시작됐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0일부터 경주 도심 한복판인 대릉원(大陵苑) 동쪽 황오동 일대 쪽샘지구(약 11만 평)의 발굴 조사에 착수했다.》

쪽샘은 이곳에 쪽빛 물이 나오는 우물이 있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경주문화재연구소는 우선 올해 말까지 쪽샘지구 가운데 약 5500평에 대한 시굴(試掘)조사를 실시한다. 현재 발굴장 주변에 안전 펜스를 설치하고 내부를 20×20m 단위로 구획하는 중이다. 시굴조사는 지표면에서 30∼40cm 파 내려가면서 전체적인 유물 분포를 파악하는 작업을 말한다. 시굴이 끝나면 내년부터 지하로 깊게 파 들어가는 본격 발굴에 나선다.

쪽샘지구가 위치한 황오동 일대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신라 고분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바로 옆 대릉원에만 천마총과 황남대총 등 무려 23기의 대형 고분이 자리 잡고 있다. 천마총과 황남대총에선 1970년대에 금관을 비롯해 금관 장식, 금제 허리띠, 천마도, 로마에서 수입한 유리병 등 수만 점의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따라서 인접한 쪽샘지구에서도 그에 못지않은 유물이 출토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쪽샘지구의 일부 고분은 훼손됐다. 일제강점기부터 이미 고분의 봉분(封墳)을 깎아내고 민가를 세운 데다 1970년대 이후 버스터미널과 식당 상가 등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굴꾼들이 민가를 사들인 뒤 그곳에서 고분을 파헤친 일도 있었다.

이번에 발굴이 진행되는 지역은 2002년부터 경주시와 문화재청이 땅을 매입해 민가를 철거한 상태. 일부가 훼손됐다고 해도 쪽샘지구엔 여전히 많은 유물이 남아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1921년 금관총 금관도 노서동의 한 민가 뒤뜰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에 쪽샘지구에서의 유물 발견 가능성은 더욱 높다. 게다가 아직 봉분이 약간 남아 있는 고분도 있어 기대감이 크다.

경주문화재연구소 이주헌 학예연구실장은 “지표면을 30∼40cm만 걷어내도 신라 고분의 흔적과 각종 유물이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며 “고분 지역인 만큼 적지 않은 유물이 출토될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번 발굴의 전 과정은 일반에게 공개된다. 이 실장은 “시민이 발굴하는 과정을 바라볼 수 있도록 발굴장에 관람대를 설치할 계획”이라며 “5월 무렵부터는 제대로 된 발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주문화재연구소는 앞으로 약 20년에 걸쳐 쪽샘지구 11만 평 전체를 모두 발굴할 계획이다. 찬란한 신라 유물을 기다리는 고고학계의 시선은 20년 동안 줄곧 경주로 향할 것 같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