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독일인 겐테가 본 신선한 나라 조선, 1901’

  • 입력 2007년 3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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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말 제물포 앞바다에서 바라본 월미도. 겐테는 제물포 항구를 통해 조선에 첫발을 내디뎠다. 사진 제공 책과 함께
대한제국 말 제물포 앞바다에서 바라본 월미도. 겐테는 제물포 항구를 통해 조선에 첫발을 내디뎠다. 사진 제공 책과 함께
◇ 독일인 겐테가 본 신선한 나라 조선, 1901/지그프리트 겐테 지음·권영경 옮김/336쪽·1만2000원·책과함께

긴 담뱃대를 문 사내, 가슴을 드러낸 아낙네, 모든 것이 변하는 세상에서 옛것을 그대로 간직한 신기한 나라…. 19세기와 20세기 초 조선을 찾은 외국인의 시선은 대체로 경멸적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물론 저자도 이런 고정관념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지는 못하다. 그러나 그는 “조선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가 아니라 신선한 아침의 나라”라고 말한다. ‘신선한(frisch)’의 의미는 단지 미지의 세계에서 느끼는 ‘새로운’ 충격일 뿐 아니라 조선인의 ‘활기찬’ 삶이었을 듯하다.

그 무렵 겐테는 동양에 대한 경멸과 선입견으로 무장한 채 조선을 찾은 다른 외국인과는 다른 식견을 지녔다. 그는 “조선인이 씻지 않는다는 소문은 전혀 근거 없는 편견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사연인즉 겐테는 여행 중에 들른 마을에서 강물에 씻는 것으로 깨끗함을 과시하려 했다. 그러나 그는 아침에 강에 갔다가 아침부터 강물로 목욕하는 조선인을 봤다. 그의 깨달음은 이렇다. “독일을 여행하는 조선 여행객들이 작업복을 입고 일하는 부두 노동자들만 보고 독일인의 청결성을 판단하면 역시 부당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는 여행을 계속하며 낯선 두 존재의 만남에는 역지사지가 필요함을 깨닫는다.

그는 여행에서 조선인의 삶을 객관적이고도 세밀하게 관찰했다. 그가 표현한 조선인은 선량하고 관대하며 자유분방하고 쾌활한 데다 흥에 겨워 호탕하게 술기운을 즐겼다. 풍요로운 삶의 색깔 측면에서 서울은 도쿄와 베이징보다 더욱 화려하고 다채로운 곳으로 묘사됐다.

이 책은 겐테가 1901년 6월부터 11월까지 제물포와 금강산, 동해와 서울, 제주도를 넘나들며 쓴 여행기다. 그는 외국인으로서 처음 한라산에 올라 한라산의 높이를 측정했다. 이 여행기는 그해 10월부터 1902년 11월까지 독일 쾰른신문에 연재됐다.

그는 이 책에서 여행의 목적을 “조선인과의 진정한 만남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는데 실제 그 목적을 이룬 것 같다. “조선 나그네에게 여행의 목적을 물으면 경치를 즐긴다고 답한다. 아름다운 풍경을 응시하며 무리지어 앉아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자연에 완전히 심취하는 놀라운 관조를 느낄 수 있었다.”

원제 ‘Korea-Reiseschilderungen’(1905년).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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