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日경제, 10년만에 춤추는 까닭은?

  • 입력 2007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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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부활/빌 애모트 지음·유강은 옮김/176쪽·1만 원·랜덤하우스코리아

《이 책의 저자 빌 애모트가 일본 거품 붕괴를 예견한 ‘태양은 다시 진다(The Sun Also Sets)’를 펴냈을 때가 1989년. 당시 일본 경제는 호황을 구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 경제는 거짓말처럼 무너졌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금융권이 주저앉았다. 실업률 상승과 디플레이션에 시달렸다. 이른바 ‘10년 불황’에 접어든 것이다. 그의 예언은 적중했다. 그로부터 17년이 흐른 지난해. 아직 ‘잃어버린 10년’이 완전히 막을 내리기 전 시점에서 애모트는 새 책을 펴냈다. 원제는 ‘The Sun Also Rises’.》

저자의 예측대로 2006년 일본은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고 기업 투자가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안정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태양은 다시 떠오르고 애모트의 예측은 다시 한번 맞았다.

이 책은 일본이 장기 불황을 극복한 원동력이 무엇인지, 경제 부활의 조짐이 어디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담았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출신답게 일본 경제 현실을 꿰뚫은 저자의 안목이 빛난다.

이 책은 일본의 경험을 토대로 미래를 내다본다. “부동산 거품, 기업 부채, 실업률 상승….” 과거 경제 침체 원인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령화 저출산의 길에 들어서는 상황도 비슷하다. 그렇다면 일본과 경제 구조가 같진 않지만 한국 경제가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저자는 눈 덩이 같은 기업 부채를 낳은 문어발식 경영에서 벗어나 주력 사업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효율을 높인 기업 혁신을 해법으로 꼽는다. 저자가 과거 일본 기업의 폐해를 설명한 대목은 우리 경제 상황과도 맞아떨어진다.

“성공에 도취된 기업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확장에 몰두했고 은행들은 무조건 대출해 줬다. 관료와 정치인은 경쟁을 확대하고 혁신을 장려할 수 있는 규제 완화 요구를 무시했다.”

저자는 현재 일본에서 주주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경영권에 대한 주주의 압력이 거세지면서 대기업들이 필요 없는 사업과 계열사를 매각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 같은 집중과 효율성 덕분에 해외 경쟁력도 높아졌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의 분석은 경제 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일본 경제 부활의 바람이 정치권의 과감한 개혁 추진에서 왔다고 분석한다. 혁신적인 자민당 개혁과 파벌 시스템의 무력화, 불합리한 행정 조직의 재편이 오랫동안 축적된 결과라는 것이다.

불황 극복을 위해 비정규직의 증가 등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회복 국면에서 임금과 일자리의 질을 높여야 성장이 균형적으로 지속된다는 저자의 분석도 곱씹을 만하다.

저자는 앞으로 일본의 15년은 장밋빛 미래라고 단정한다. 이 예측이 맞을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장밋빛 미래를 굳히기 위한 그의 충고에는 공감할 수 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생산성이다. 생산성을 유지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원인 중 하나가 저출산과 낮은 여성 노동참여율. 역설적인 점은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여성의 노동참여율을 높일수록 출산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 저자는 이 둘을 결합시키는 해법으로 육아 시설에 대한 공공과 기업 지출을 크게 늘릴 것을 제안한다.

한국 중국 등 이웃 나라와의 갈등을 푸는 것도 지속적 경제 회복의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그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신사 참배와 센카쿠(尖閣) 열도 문제 등을 일본 경제 회복의 장애물 정도로만 취급하는 느낌도 든다. 동아시아 공동체를 만들어 이를 일본이 주도하면 중국과 한국이 역사 문제를 부당하게 활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장(章)을 구분하는 간지(間紙) 디자인에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 이미지를 사용한 것은 한국 독자에게 기분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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