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63년 ROTC 1기생 소위 임관

  • 입력 2007년 2월 2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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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

대학 시절, 뒤에서 들리는 갑작스러운 구호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학생군사교육단(ROTC)후보생들이 선배를 보고 경례하는 모습이 왜 그리 어색하던지….

자유로운 대학 캠퍼스에서 그들만 유니폼을 입고 군인처럼 행동하는 걸 보고 친구들은 ‘이물질’ 취급을 하기 일쑤였다. 일부 여학생은 학군장교생들의 제복과 절도 있는 모습에 반하기도 했지만….

ROTC는 4년제 대학 재학생 가운데 성적과 체력 우수자를 선발해 2년간 군사교육을 한 뒤 소위로 임관시켜 2년여 동안 장교로 복무하게 하는 제도. 미 육군이 1916년 제정된 국방법에 따라 처음 실시했다.

한국은 1961년 초급장교 양성으로 군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으며 같은 해 서울대 등 16개 종합대에 처음 학군단이 설치됐다.

학군장교생들은 학기 중엔 이론 위주의 군사교육을 주로 받고, 방학 기간에는 학생중앙군사학교에 입영해 장교 역할을 하는 데 필요한 실습 위주의 훈련을 받았다.

ROTC는 다양한 장학금 혜택을 받는 데다 입대 후 일반 사병보다 복무기간이 짧았고 전역 후에는 일반 입대자보다 취업이 다소 유리했다.

1963년 2월 20일은 1기생 2642명이 처음으로 소위 임관된 날이다. 이후 매년 2500∼4000명의 인재가 배출됐고 올해에는 45기생이 임관된다.

학군단 출신은 각계에 널리 퍼져 있다.

육군 제2군 사령관을 지낸 ROTC 1기 박세환 장군은 첫 4성 장군 출신으로 제15, 16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고 김진호(2기) 전 한국토지공사 사장은 ROTC 첫 합참의장 출신이다.

정계에선 하순봉(2기) 이윤성(6기) 김홍신(9기) 정몽준(13기) 의원 등이 국회에서 활약했다. 재개 쪽에도 인맥이 넓게 형성돼 있다. 손길승(1기) 전 SK그룹 회장, 허진규(1기) 일진그룹 회장, 유상부(2기) 전 포스코 회장 등이 학군단 출신이다.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이순동 사장(7기)과 두산그룹 홍보실 김진 사장(14기) 등 재계 홍보인들은 ROTC 모임을 따로 갖기도 한다.

ROTC 창설 이후 배출된 장교만 약 14만 명. 이들은 장기 복무로 군에서 핵심간부 역할을 하는가 하면 정·재계와 학계에 골고루 포진해 한국 사회의 파워 엘리트 그룹으로 자리 잡아왔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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