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 위기’ 릴레이 논쟁

  • 입력 2007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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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대선에서 진보에서 보수로의 정권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진보의 위기’ 원인과 대책에 대한 진보적 학자들의 논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지난달 진보적 인터넷 매체 ‘레디앙’에 기고한 글에서 “노무현 정부의 무능이 불러온 진보진영의 실패를 수용하고, 한나라당에 정권을 넘겨야 한다”고 발언한 최장집 고려대 교수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최 교수는 여러 차례에 걸쳐 노무현 정부가 1980년대식 운동논리를 앞세워 정당정치를 무력화하면서 무능과 비개혁성으로 진보적 정권의 총체적 위기를 불러왔다고 비판했다. 최근에는 민주주의의 책임정치 구현을 위해 한나라당으로의 정권 교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가 이에 대해 노 정부의 실패는 ‘운동의 과잉’이 아니라 운동정치의 동력을 상실한 것에서 왔다고 반박을 펼친 것. 조 교수는 “참여정부가 제도정치를 우회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제도정치에 대한 비(非)제도정치적 저항을 ‘진보적 민중주의(progressive populism)’로 돌파하지 못해서 현재의 위기가 나타났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제도정치중심주의 대 사회중심주의’로 요약되는 이런 논쟁적 정립구도는 손호철 서강대 교수가 뛰어들면서 좀 더 복잡해졌다. 손 교수는 참여정부의 문제는 ‘운동정치의 부족’에 있다는 조 교수의 주장에 동조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 반(反)신자유주의 세력의 집결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진보세력의 일부가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반수구세력 집결을 호소하는 것을 ‘두려움의 동원정치’라고 비판한 최 교수의 주장을 두둔하고 나섰다.

3인의 진보적 학자는 참여정부의 무능과 그로 인한 진보의 위기라는 문제의식에 동의한다. 또 그것이 복합적 요소가 작용한 결과라는 점에 동의한다. 다만 그 원인 중에 무엇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최 교수의 민주주의의 퇴보론 △조 교수의 진보적 민중주의의 결여론 △손 교수의 신자유주의 포섭론으로 귀결된다.

이에 대해 안병진 창원대 교수는 계간 ‘창작과 비평’ 봄호에 기고한 ‘대한민국 레짐 체인지’라는 글에서 2007년을 기점으로 진보적 모델의 수명이 끝났음을 수용하고 향후 10년을 내다본 ‘신진보주의’의 모색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안 교수는 이 글에서 △실질적 민주주의 퇴보론 △노무현 정부의 우편향론 △수구세력 집권 저지론 △반(反)신자유주의 집결론 등 진보위기 담론이 하나같이 진보의 총체적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적 요청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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