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박영석,유라시아∼아메리카잇는 베링해협 횡단도전

  • 입력 2007년 2월 10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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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석 씨(앞)가 베링 해협 횡단에 도전한다. 박 씨 등 3명의 원정대원은 최근 강원 홍천군 서석면 수하리의 얼어붙은 홍천강 지류에서 실전훈련을 했다. 홍천=전 창 기자
박영석 씨(앞)가 베링 해협 횡단에 도전한다. 박 씨 등 3명의 원정대원은 최근 강원 홍천군 서석면 수하리의 얼어붙은 홍천강 지류에서 실전훈련을 했다. 홍천=전 창 기자
“22년의 도전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곳은 두 번이나 가야 했던 북극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지옥’이었죠. 그런데 이번 원정을 준비하다 보니 베링 해협이야말로 ‘생지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대한의 아들로서 당당하게 도전해 성공하겠습니다.”

세계적인 산악인이자 탐험가 박영석(44·골드윈코리아 이사·동국대 산악부 OB) 씨가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과 북아메리카 대륙 서쪽 끝 사이의 베링 해협 도보 횡단이 바로 그것.

박 씨는 2월 16일 러시아 모스크바로 출국해 추코트 자치구 라브렌티야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15일간의 현지 적응훈련을 거쳐 3월 3일 유라시아 대륙 최동단 우엘렌 해안에서 횡단 원정을 시작한다.

이번 원정에는 박영석 원정대장 외에 히말라야 8000m급 10개 봉우리를 등정한 오희준(37·노스페이스 알파인팀·서귀포 영천산악회) 씨와 에베레스트, 마나슬루 등반 경험이 있는 이형모(28·관동대 산악부 OB) 씨가 대원으로 참가한다. 원정 일정은 보름으로 3월 17일 목적지인 미국 알래스카 주 웨일스에 도착할 예정.

베링 해협은 제4기 빙하기인 5만∼1만2000년 전 육지였을 때 원시 몽골로이드가 유라시아에서 아메리카로 건너가 원주민이 됐다는 이른바 ‘몽골리안 루트’의 하이라이트.

최단거리는 시베리아 데즈뇨프 곶과 알래스카 프린스오브웨일스 곶을 직선으로 이은 88km다.

남극점(44일간 1130km)과 북극점(54일간 772km)을 모두 밟은 ‘철인’ 박 씨가 겨우 88km를 두고 ‘생지옥’ 운운하니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북극해와 맞붙어 있는 베링 해협(북위 65∼67도)은 겨울철 해가 뜨지 않는 북극권(북위 66도 33분)에 위치해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커다란 유빙들로 뒤덮여 있다. 하지만 최근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빙산은 줄어들고 작은 유빙들만이 흩어져 있다. 그만큼 얼어붙지 않은 개수면이 늘어났다.

박 씨는 “2월 평균기온이 영하 26도 이하인 데도 바다가 제대로 얼지 않아 마치 빙수 같다. 최근 영국 BBC방송이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봤더니 거의 매일 헤엄을 쳐야 할 정도다. 더구나 베링 해협은 조류가 빠르고 바람의 방향도 일정치 않아 유빙이 이리저리 빨리 움직이기 때문에 실제 횡단 거리는 300km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베링 해협 횡단은 1987년부터 20여 차례 시도됐지만 2번만 성공했다.

이번 박영석 원정대가 횡단에 성공한다면 세계에서 세 번째, 동양인으론 처음이 된다.

박 씨의 남, 북극점 원정과 에베레스트 횡단 원정을 동반 취재한 본보는 ㈜LG와 노스페이스가 후원하는 이번 베링 해협 횡단 원정대에도 동행해 원정대의 생생한 소식은 물론 지구 온난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시베리아 동토의 현실 등을 현장에서 독자들에게 알릴 예정이다. 동아닷컴(www.dongA.com)은 대원들의 원정일지와 독자들이 응원 글을 올릴 수 있는 미니 홈페이지를 개설한다. 서울방송(SBS)도 이번 원정에 교양제작팀을 파견해 탐험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예정이다.



전 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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