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발레 날았다… 박세은-김채리양 로잔콩쿠르 1, 3위

  • 입력 2007년 2월 6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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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폐막한 제35회 스위스 로잔 국제발레콩쿠르에서 우승한 박세은 양이 결선에서 고난도 연기를 펼치고 있다. 오른쪽은 3위에 입상한 김채리 양. 로이터 연합뉴스
4일 폐막한 제35회 스위스 로잔 국제발레콩쿠르에서 우승한 박세은 양이 결선에서 고난도 연기를 펼치고 있다. 오른쪽은 3위에 입상한 김채리 양. 로이터 연합뉴스

《토종 발레리나의 쾌거가 또 한 번 전해졌다. 4일 저녁(현지 시간) 폐막한 제35회 스위스 로잔 국제발레콩쿠르에서 박세은(18·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영재입학 예정) 양이 1위를 차지했다. 박 양과 함께 결선에 진출한 김채리(17·선화예고 1년) 양은 3위에 올랐다.》

로잔 콩쿠르는 바르나(불가리아), 파리(프랑스), 모스크바(러시아), USA(일명 잭슨콩쿠르)와 더불어 세계 5대 발레 경연대회로 불리며, 그중 유일하게 10대 발레무용수(15∼17세)만을 대상으로 열린다. 강수진(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씨가 1985년 한국인 최초로 이 대회에서 입상했고, 2005년 김유진 양이 1위, 지난해에는 홍향기 양이 3위를 차지했다.

“스위스에 도착하자마자 지독한 감기에 걸려 사흘간 침대에 누워 있었어요. 가기 전부터 아팠던 골반과 무릎 통증도 심했어요. 주최 측 의료진이 1차 예선 출전을 만류할 정도였어요. 그래도 맨 마지막 순서로 1차 예선에 출전했는데, 2차 예선과 결선에서는 아프지 않고 뜻밖에 우승까지 하게 돼 정말 기뻐요.”

올해 로잔콩쿠르에는 비디오 심사를 통해 세계 각국에서 66명이 본선에 올랐고, 이 중 12명이 결선에 진출했다. 박 양은 ‘라 바야데르’의 감자티(점프가 많고 역동적인 춤), 지젤의 ‘패전트’(발랄한 춤), 현대무용 등 세 가지를 무대에서 실연해 정상에 올랐다. 박 양은 “진통제를 맞고 무리하면 발레를 못 할 정도의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골반과 무릎이 아팠지만 기도하고 쉬면서 머릿속에서 춤추는 연습만 했다”고 말했다.

▲2005년 동아무용 콩쿠르 금상 수상

초등학교 3학년 때 국립발레단 문화학교에서 발레를 처음 배운 박 양은 2005년 동아무용콩쿠르 학생부문 금상(당시 동영상은 donga.com에서 볼수있다), 2006년 USA발레콩쿠르에서 금상 없는 은상을 수상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박 양을 지도해 온 김선희 예종 무용원 교수는 “세은이는 타고난 신체적 비율과 유연성으로 주역 무용수로서의 테크닉과 표현력, 연기력을 갖추고 있어 일찌감치 우승 후보로 점쳐져 왔다”며 “국제무대에서 신흥 발레강국으로 떠오른 한국에 대한 시각이 크게 달라졌으며, 발레를 공부하러 유학 갔다가 돌아오는 학생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3월 무용원에 입학할 예정인 박 양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에서 1년간 무료로 수학할 기회를 얻었다. 박 양은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에서 활동하는 발레리나 김지영 선배를 가장 좋아한다”며 “세계 어디에서 활동하든 항상 최고를 바라보며 겸손하게 배우고 노력하는 ‘1등 같은 2등’이 되고 싶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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