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학작가회의 명칭서 ‘민족’ 뺀다

  • 입력 2007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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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실천→민족문학→?

진보적 문인단체의 맥을 이어온 민족문학작가회의(작가회의)가 27일 총회에서 명칭변경을 논의한다.

작가회의 사무처는 “민족문학이라는 표현이 국제사회에선 극우적 인상을 준다는 점 때문에 1990년대 중반부터 명칭변경을 고민해 왔다”며 “각 위원장 등의 의견을 취합해 이 문제를 총회에서 논의한 뒤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김형수 사무총장은 “2004년 이사장제에서 사무총장제로 전환할 당시 명칭변경을 함께 논의해 적절한 계기를 찾기로 했다”며 “지난해 10월 말 남북 문인 100여 명이 ‘6·15민족문학인협회’가 결성한 것을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현재 내부에서 검토 중인 새로운 명칭은 ‘작가회의’, ‘한국작가회의’, ‘한국문학작가회의’, ‘한국어문학작가회의’ 등.

김 사무총장은 “총회에서 압도적 찬성 쪽으로 취합돼야 명칭변경이 가능하다”며 ”지난해 12월에 열린 이사회에서 대다수가 명칭변경을 지지했고 젊은 문인들도 대부분 이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원로들의 반발이 크지 않은 한 명칭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작가회의 회원들 사이에선 ‘민족문학’이란 명칭이 1300여 명의 회원을 거느린 주류문인단체를 소수·비주류의 ‘운동권단체’처럼 인식하게 만든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됐다. 또 한국문학이 좀 더 넓고 보편적 지평에 서기 위해선 민족이란 특수한 가치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젊은 문인들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는 것.

작가회의 측은 이름이 바뀌어도 자유실천과 민족문학을 단체의 기본 정신으로 삼는다는 점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총장은 “진보적인 가치를 해체하는 것은 아니고, 진보의 내용이 달라져야 한다는 데 회원들이 의견을 모은 것”이라면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진보의 가치를 찾아 나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낡은 관념으로는 젊은 문인들과 공감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크게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작가회의 초대회장을 지낸 고은 시인은 “사람이 태어날 때 주어진 이름과 평생 함께하는 것처럼, 단체의 명칭도 창립 당시의 뜻을 담아 이어가는 것이 좋다”며 반대 의견을 표했다. 반면 창립 당시 부회장을 지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명칭을 바꾸자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1987년 6월 항쟁 직후 창립된 작가회의는 1974년 출범한 자유실천문인협의회를 모태로 하고 있다. 협의회는 유신철폐 요구 시위와 87문학인선언 등을 이끌었고, 작가회의는 최근까지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 반대 시위에 참가하고 지난해 10월 말 금강산에서 남북문인들이 참여하는 6·15민족문학인협회 결성을 주도했다.

한편 작가회의가 회원으로 가입한 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은 “단체의 명칭변경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논의된 바가 없지만 앞으로의 상황변화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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