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열린 산문 사이로 활짝 핀 佛心…봉암사의 결사수행 현장

  • 입력 2007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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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수행 중인 경북 문경시 봉암사 스님들을 찾은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있다. 사진 제공 조계종
24일 수행 중인 경북 문경시 봉암사 스님들을 찾은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있다. 사진 제공 조계종
■ 일반인 통제 수도도량 봉암사의 결사수행 현장

신라 하대 구산선문(九山禪門)의 하나로 1000여 년의 선종(禪宗) 가풍을 면면히 이어 온 경북 문경시 희양산 자락의 봉암사.

초파일을 제외하곤 일반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는 이곳은 불교 조계종 2500여 사찰 중 유일하게 사람들에게 개방되지 않은 사찰이다. 온갖 세속과 이기에서 벗어나 수행승들이 참선에 정진하는 청정도량(淸淨道場)이자 오로지 수행의 길만 고집하는 수도도량(修道道場)이다.

24일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동안거(冬安居) 반(半)결제를 맞아 수행 중인 스님들에게 대중공양을 하기 위해 봉암사를 찾으면서 모처럼 산문이 활짝 열렸다. 지관 스님 역시 1949년경 수행승들의 최후 보루인 이곳에서 수행한 바 있다.

대중공양은 스님들이 선방에서 정진하는 스님들을 독려하며 베푸는 공양. 봉암사는 신도들이 스님에게 베푸는 개인 공양을 없애고 오로지 대중공양만 받는다. 하지만 이날도 선방 문만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봉암사를 한국 불교의 자존심으로 만들어 준 1947년 ‘봉암사 결사’(結社·불교계 정화와 혁신을 위한 운동)는 올해로 60주년을 맞는다. 1947년 성철 스님과 자운 우봉 보문 스님 등 4명이 “모든 세속 명예와 이익을 버리고 오로지 부처님 법대로만 살아 보자”며 찾은 곳이 봉암사였다. 이후 청담 향곡 월산 법전 성수 혜암 도우 스님 등이 결사에 뜻을 같이했다.

봉암사 결사 이후 59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시작한 결사수행이 아홉 달째를 맞는다. 공부를 더 깊게 하자는 생각으로 결사를 시작했다는 게 봉암사 태고선원 선원장 정광 스님의 설명이다. 수행 기간을 열 달로 정했으니 다음 달이면 해제다.

정광 스님은 40년간 이곳에서 수행한 봉암사의 산증인. 그는 “결사수행은 부처의 지혜와 덕성을 현실에서 이어 가 인류 행복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30여 명의 스님이 수행을 시작했지만 그동안 3분의 1이 퇴방하고 현재 23명밖에 남지 않았을 정도로 고된 과정이다. 결사수행 스님들은 태고선원의 서당에서 하루 12시간씩 수행한다. 수행 스님들의 화합을 깨뜨리는 등 청규(淸規)를 어기면 곧바로 쫓겨난다.

1947년 결사에 참여했던 스님들은 사찰 운영과 승가 생활에서 비불교적인 요소를 없앴다. 칠성탱화와 산신탱화 등을 없애고 법당에 부처와 부처 제자들만 모셨다.

봉암사 아랫마을 개울가 바위벽의 최치원이 봉암사를 생각하며 썼다는 ‘고산유수 명월청풍(高山流水 明月淸風)’만큼 이곳에 어울리는 표현도 없을 듯하다.

문경=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구산선문:

신라 말 고려 초 선종을 전파하면서 당대의 사상을 주도한 아홉 갈래의 대표적 승려 집단.

:안거:

한국 불교에서는 음력 10월 보름부터 정월 보름까지와 4월 보름부터 7월 보름까지 1년에 두 차례를 각각 동안거와 하안거라고 해서 산문 출입을 자제하고 수행에 정진하는 기간으로 삼고 있다. 안거를 시작하는 것을 결제(結制), 끝내는 것을 해제(解制)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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