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교회가 감기 걸리면, 작은 교회는 중병 앓아요”

  • 입력 2007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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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대방동에서 개척교회를 힘겹게 꾸려가고 있는 서울은총침례교회 김대응 목사. 박영대 기자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서 개척교회를 힘겹게 꾸려가고 있는 서울은총침례교회 김대응 목사. 박영대 기자
■ 개척교회 김대응 목사 ‘교회간 신도 이동 사절’ 본보 기사를 읽고

“큰 교회가 감기만 걸려도 작은 교회는 중병을 앓습니다. 대형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부터 없애주세요.”

18일자 본보 A21면에 경기 성남시 분당 지구촌교회 이동원 목사의 ‘큰 교회로만 오지 말고 작은 교회도 섬기세요’라는 기사가 나간 뒤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서 은총침례교회를 시무 중인 김대응(49) 목사가 전화를 걸어 왔다. 서울침례교회에서 이 목사에게 침례를 받았다는 그는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침례신학대를 졸업한 뒤 1988년부터 경기 안양시 만안구 박달동에서 7년간 개척교회를 열었으나 악전고투 끝에 포기하고 결국 다른 대형 교회의 부목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개척교회의 꿈을 포기할 수 없어 2003년부터 신도 30명의 현 교회를 다시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힘들기는 마찬가지. 교회당도 없어 동네 상가의 40평짜리 보습학원을 빌려 일요일에만 예배를 보고 있다. 교회 간판도 없이 일요일에 학원 앞에 현수막만 내건다.

“교회는 사람입니다. 사람이 모이면 그 필요에 따라 교회당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사람도 없는데 교회당만 임차하면 뭐하겠습니까.”

김 목사가 교회당을 임차하지 않는 이유는 안양에서 첫 개척교회를 열었을 때의 교훈 때문이기도 하다. 50여 명의 신도가 있었지만 임차료도 제대로 낼 수 없었다.

“처음 개척교회를 하겠다고 하자 주위에서 ‘미쳤다’고 하더군요. 7년 동안 피눈물을 흘리며 교회를 끌고 왔는데 혼자 힘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김 목사는 작은 교회의 이중고를 이렇게 표현했다. “교회 성전이 없거나 허름하면 교인들이 싫어하지요. 그래서 새 성전을 건립하려 하면 이번엔 부담 때문에 다른 교회로 옮깁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대형 교회는 간섭받지 않는 ‘편안한’ 신앙생활이 가능하다. 그것이 교회 간 부익부 빈익빈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큰 교회 부목사로 있다 개척을 하려 해도 그 교회의 성도를 이끌고 나와야 하는데 그러면 ‘배신자’가 됩니다.”

혹시 본인의 영성이나 능력이 부족해서는 아닐까. 김 목사에게 물었다. “‘하나님 은혜를 못 받았다’ ‘기도가 부족해서 그렇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습니다. 그때마다 주눅이 들지요. 그러나 작은 교회에도 은총이 넘칩니다. 큰 교회의 은총이 더 큰 것은 아니지요.”

김 목사는 대형 교회와 작은 교회의 상생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큰 교회가 모범을 보이면 작은 교회는 저절로 잘됩니다. 대형 교회의 기업화, 세습, 기득권 다툼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사라진다면 작은 교회도 하나님이 주신 각자의 그릇대로 상생하게 될 것입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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