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가 달리는 서울역

  • 입력 2007년 1월 23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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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서울역 역사(驛舍)가 다양한 전시와 공연이 열리는 복합 문화예술 공간으로 거듭난다.

2003년 말 고속철도 개통을 앞두고 새 역사가 완공된 이래 3년째 비어 있는 옛 서울역사는 사적 284호로 지정된 문화재이기도 하다. 그동안 예술영화관을 비롯한 활용 방안이 논의됐으나 철도공사와 문화재청의 소유권 다툼 등으로 방치돼 왔다.

문화관광부는 다음 달 옛 서울역사의 문화 공간 활용 방안을 발표해 지난 3년간의 ‘방황’에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부 관계자는 22일 “논의가 막바지에 이르렀으며 단일 주제의 전시 공간보다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열 수 있는 복합 문화예술 공간으로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현재 유력한 활용 방안 중 하나는 한류문화를 담는 것이다. 옛 서울역사를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한류를 대표하는 비보이 공연과 대중음악 콘서트 등이 열리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인천공항과 서울역을 잇는 공항철도가 2010년경 개통될 것에 대비해 관광센터로 만드는 방안도 제시됐다. 한국의 근대화 과정을 담은 사진과 문화유산을 전시하는 근대사 박물관으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한창 논의됐던 미술관 전용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처럼 옛 서울역사가 근대 미술관으로 탈바꿈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오르세 미술관은 1939년 문을 닫은 파리의 오르세역을 리모델링해 1986년 개관한 세계적인 미술관. 그러나 문화부 관계자는 “옛 서울역사는 오르세 미술관과 달리 미술품을 감상하기에 적합한 구조가 아니라고 잠정적으로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문화재위원회 건조물문화재분과 위원인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오르세 미술관은 플랫폼도 전시 공간으로 활용했으나 옛 서울역사는 작은 홀만 활용할 수 있어 미술관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게다가 서울역이 여전히 철도 교통의 중심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인접한 옛 서울역사를 독립된 예술 공간으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서울역이 불특정 다수가 끊임없이 움직이는 공간임을 감안해 정통 예술 공간보다 시민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음악 공연장이나 생활디자인 갤러리가 적합하다”고 말했다.

옛 서울역사의 미래는 다음 달 문화부 발표 이후 전문가 공청회와 국민공모제 등 의견 수렴을 거쳐 5월경 최종 결정된다. 이에 따라 문화부는 내년 하반기쯤 옛 역사를 문화 공간으로 개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화부 관계자는 “운영 주체와 재원 마련 방안이 결정되어야 개관 시기를 확정할 수 있으며 운영주체는 민간 법인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화부는 일단 3월부터 매달 옛 서울역 중앙홀에서 비보이 공연과 추억의 서울역 사진전·사연전 등 문화 행사를 열 계획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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